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질풍노도(疾風怒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질풍노도란 거센 바람과 파도가 치는 듯한 시기를 의미하는데요, 특히 청소년 시기의 급격한 감정 변화와 혼란스러운 마음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¹.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발달 중입니다. 특히 뇌의 앞쪽에 위치한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PFC)은 이성적인 판단, 충동 조절, 계획 수립 등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데요, 청소년기의 전전두피질은 성인만큼 성숙하지 않아 아직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².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 쉽고, 장기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인 변연계(limbic system)는 이 시기에 특히 활성화됩니다³. 변연계 중에서도 편도체(amygdala)는 강력한 정서적 반응을 유발합니다. 실제로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뇌는 성인의 뇌에 비해 도파민 시스템, 특히 보상 회로와 관련된 도파민 수용체의 밀도가 높아 즉각적인 보상과 쾌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⁴. 도파민은 쾌락과 동기 부여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이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위험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 순간의 짜릿함이나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기분에 더 쉽게 이끌릴 수 있는 것이죠.
청소년기 감정 변화의 비밀은 바로 전전두피질과 변연계의 발달 속도 차이(maturational gap)에 있습니다⁵. 마치 자동차의 브레이크(전전두피질)는 아직 미숙한데 액셀러레이터(변연계)는 아주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전두피질이 천천히 성숙하는 동안, 변연계는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감정의 변화 폭이 크고, 충동적인 반응을 자주 보이는 것이죠. 실제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 연구에서도 14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들의 전전두피질과 편도체 간 기능적 연결성이 성인보다 유동적이고 덜 통합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밝혀졌습니다⁶.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감정이 자주 바뀌고, 때로는 예민하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최근 뇌전도(EEG)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부정적인 감정 자극에 노출될 때 성인에 비해 감정과 관련된 전두엽의 세타파(θ-wave) 활동이 훨씬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⁷. 이는 청소년들이 감정적으로 얼마나 강렬한 반응을 경험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최근에는 비침습적 뇌 자극 기술(tACS)을 이용해 뇌 기능을 조절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층에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을 조절하는 데 성공적인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⁸. 이러한 기술이 청소년의 충동성이나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데 사용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지만, 미래에는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잠재력이 있습니다.
또한 수면 부족은 청소년들의 감정 기복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⁹. 청소년들의 생체 시계는 성인과는 다르게 작동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는데요, 이를 수면 위상 지연(sleep phase delay)이라고 부릅니다¹⁰. 만약 충분한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특히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저하되어 감정 변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충분한 수면을 취한 청소년들이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보다 감정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음이 나타났습니다¹¹. 이는 충분한 수면이 청소년기의 안정적인 감정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를 줄이는 데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의 감정 표현은 미성숙한 뇌의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이들의 감정 표현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억누르기보다는 따뜻하게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¹². 아이들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들어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과정 자체가 뇌의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메타인지 전략'을 가르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¹³. 메타인지는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느낀 감정들을 기록하는 감정 일지를 쓰게 하거나, 부정적인 사건을 좀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인지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 연습을 반복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¹⁴.
최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정서 조절 훈련 프로그램도 연구되고 있습니다¹⁵. VR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가상으로 감정적인 상황에 노출되며 이를 극복하는 훈련을 받으면, 뇌의 전두엽 기능이 향상되고 감정 기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¹⁶.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청소년의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질풍노도'는 우리 뇌가 성숙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 시기 감정 변화가 심한 이유는 뇌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절대로 청소년들이 특별히 문제 있는 것이 아닙니다¹⁷. 오히려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높은 이 시기는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¹⁸. 신경가소성은 뇌가 경험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말하는데, 청소년기는 이 능력이 활발하여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기에 적합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뇌와 감정 변화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경험과 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이 시기를 폭풍처럼 피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성장의 기회로 생각하고 따뜻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어른들의 이해와 지지입니다.
¹ 한자성어사전. (2020). 질풍노도(疾風怒濤).
² Giedd, J. N., Blumenthal, J., Jeffries, N. O., Castellanos, F. X., Liu, H., Zijdenbos, A., ... & Rapoport, J. L. (1999). Brain development during childhood and adolescence: a longitudinal MRI study. Nature Neuroscience, 2(10), 861-863.
³ Casey, B. J., Getz, S., & Galvan, A. (2008). The adolescent brain. Developmental Review, 28(1), 62-77.
⁴ Giedd, J. N., et al. (2010). Imaging brain development: The adolescent brain. Neuroimage, 51(1), 22-26.
⁵ Steinberg, L. (2010). A dual systems model of adolescent risk-taking. Developmental Psychobiology, 52(3), 216-224.
⁶ Somerville, L. H., Jones, R. M., & Casey, B. J. (2010). A time for change: Behavioral and neural correlates of adolescent emotion regulation. 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 2(Suppl 1), S101-S109.
⁷ Zeman, J., & Shipman, K. (2018). Emotion regulation in adolescence: Current perspectives and future directions. Journal of Clinical Child & Adolescent Psychology, 47(3), 337-347.
⁸ Reinhart, R. M., & Nguyen, J. A. (2019). Working memory revived in older adults by synchronizing rhythmic brain circuits. Nature Neuroscience, 22(5), 820-827.
⁹ Dahl, R. E., & Lewin, D. S. (2002). Pathways to adolescent health: Sleep regulation and behavior.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31(6), 175-184.
¹⁰ Crowley, S. J., Acebo, C., & Carskadon, M. A. (2007). Sleep, circadian rhythms, and delayed phase in adolescence. Sleep Medicine, 8(6), 602-612.
¹¹ Short, M. A., Gradisar, M., Wright, H. R., Lack, L. C., & Dohnt, H. (2013). The impact of sleep deprivation on emotion regulation and mood in adolescents.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52(5), 629-635.
¹² Steinberg, L. (2001). We know some things: Parent-adolescent relationships in retrospect and prospect. Journal of Research on Adolescence, 11(1), 1-19.
¹³ Flavell, J. H. (1979). Metacognition and cognitive monitoring: A new area of cognitive-developmental inquiry. American Psychologist, 34(10), 906-911.
¹⁴ Gross, J. J. (2002). Emotion regulation: Affective, cognitive, and social consequences. Psychophysiology, 39(3), 281-291.
¹⁵ Parsons, T. D. (2015). Virtual reality for enhanced ecological validity and experimental control in the clinical, affective and social neurosciences.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9, 660.
¹⁶ Rizzo, A. A., & Koenig, S. T. (2017). Is clinical virtual reality ready for primetime?. Neuropsychology, 31(8), 877-899.
¹⁷ Blakemore, S. J., & Mills, K. L. (2014). Is adolescence a sensitive period for sociocultural processing?.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5, 187-207.
¹⁸ Fuhrmann, D., Knoll, L. J., & Blakemore, S. J. (2015). Adolescence as a sensitive period of brain development.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9(10), 558-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