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항상성

by 동네과학쌤

교사라는 직업은 계절을 관찰하는 일과 닮아있다. 같은 교실, 같은 학생들인데도 어떤 날은 겨울처럼 춥고, 어떤 날은 봄처럼 생기가 돈다. 수업을 진행할 때면 학생들의 표정과 자세, 교실 안 분위기가 나에게도 영향을 준다. 그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파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표정이 무기력해지고 책상 위의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 교실은 겨울 바다처럼 차갑고 고요하다. 그 순간 내 마음도 덩달아 얼어붙는다. 흥미를 불러일으키려 자료를 제시하거나 활동을 준비해 보지만, 학생들의 관심이 쉽게 살아나지 않을 때면 내 안의 파도 역시 힘을 잃고 잠잠해진다. 바다가 얼어붙은 겨울처럼 내 마음도 생기를 잃고 무거워진다. 그럴 때면 내 몸도 감정과 같이 무기력하게 저 바닷속으로 빠지는 것만 같다.


작년 과학 잡지 만들기 경험도 그랬다. 매년 이공계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고, 과학 관련 활동에 대한 요구가 많아,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과학 월간지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학기 초 모집 포스터를 붙였지만, 2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텅 빈 신청란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고, 그 시간은 내게 겨울처럼 느껴졌다.


올해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과학 월간지 제작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았고, 놀랍게도 1학년에서 30~40명의 학생이 모였다. 처음 학생들과 모인 그 순간부터 질문과 아이디어가 넘쳤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그들의 즐거운 모습에 내 마음도 다시 파도가 일렁였다. 학생들의 눈빛에서 호기심과 흥미를 발견하며, 나는 다시 한번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항상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항상성이란 인간의 신체가 내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항상성은 몸의 상태가 완벽히 일정하다는 뜻이 아니라, 기준선에서 멀어지면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한다. 마치 바다의 해수면이 일정해 보이지만 파도의 일렁임에 높낮이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처럼 기준선을 중심으로 계속 진동하며 변화한다. 마음속 감정 또한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열정이 식었다가도 학생들의 관심과 호기심이라는 파도가 찾아오면, 다시금 기준선으로 돌아와 생기를 얻는다.


이 항상성이란 것이 신기하게도, 처음엔 기준선이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같은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기준선 자체가 변하기 시작한다. 감정이 겨울에만 머무른다면, 내 마음의 기준선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무기력한 상태가 당연한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기준선이 낮아지지 않도록 새로운 활동을 찾아 나선다. 학생들과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여러 주제로 과학 잡지를 만들며, 탐구를 멈추지 않으려 한다. 내 마음의 기준선을 높게 유지하고, 언제든 새로운 파도와 봄을 맞을 준비를 해두기 위함이다.


나의 마음에도 계절이 있고,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학생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참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도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그 파도에 실려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의 열정이 나의 마음을 흔들고, 그로 인해 나 또한 열정의 계절을 맞이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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