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까?
시험을 앞두고 손끝이 떨린 적이 있는가. 아직 펜을 들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문제를 푸는 자신을 발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타트 라인에 선 운동선수가 신호를 기다리며 몸이 미세하게 긴장하는 순간도 비슷한 장면이다. 이때 뇌는 단순히 긴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일을 미리 계산하며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현상은 실험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2025년 Nature에 실린 연구에서 사람과 원숭이의 팔에 예상치 못한 미세한 힘, 즉 섭동(perturbation) 이 가해질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었을 때, 실제 움직임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뇌가 그 방향으로 대비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다시 말해 뇌는 “이 방향으로 힘이 올 것이다”라는 예상 시나리오를 세우고 미리 자신을 조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뇌가 스스로 시나리오를 세우는 방식을 예측 부호화(predictive coding) 라고 부른다. 뇌는 외부 자극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내부 모델(internal model)’, 곧 세상을 해석하는 예측 지도를 사용한다. “이 상황에서는 이런 감각이 올 것이다”라고 먼저 예측하고, 실제 감각이 들어오면 그 차이를 계산해 스스로를 수정한다. 이 차이를 예측오차(prediction error) 라고 하며, 예측오차가 크면 “예측이 틀렸다”라고 판단해 크게 수정하고, 작으면 “대체로 맞다”라고 보고 미세하게 조정한다.
이 메커니즘은 학습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수학 문제를 보며 “이건 이차방정식이다”라고 예상해 공식을 적용했는데 사실은 부등식 문제였다면 풀이가 엇나가고 뭔가 어긋난 느낌이 들 것이다. 이때 뇌는 큰 예측오차를 감지한다. 반대로 유형을 구분하는 연습을 거듭하면 예측오차가 점점 줄어든다. 영어에서도 ‘affect’와 ‘effect’를 헷갈렸다면, “품사와 문맥의 차이”라는 틀린 이유를 찾아 정리하는 순간 뇌의 내부 모델이 업데이트된다. 이 원리는 몸을 쓰는 활동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야구선수가 공이 손에 닿기 전에 속도를 예측해 손을 움직이거나, 피아노 연주자가 다음 음을 머릿속으로 먼저 그리며 손가락을 이동하는 일은 모두 내부 모델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모델은 반복된 경험 속에서 한층 정교해진다. 예측오차는 신체 감각으로도 경험된다. 계단을 내려가다 마지막 칸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없을 때, 몸이 ‘덜컥’하는 순간이 바로 예측과 현실의 불일치이다. 그 경험 직후 뇌는 모델을 고쳐 다음에는 실수를 줄이도록 조정한다.
결국 학습이란 더 정확히 예측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오답노트를 만든다면 문제를 모으는 데 그치지 말고 “나는 무엇을 잘못 예상했는가”를 함께 적는 것이 좋다. 그 한 줄이 예측오차의 원인을 드러내고, 바로 그 순간 뇌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모델 수정이라는 진짜 학습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렇게 예측하고 배우는 능력이 정말 인간만의 것인가. 혹은 기계, 인공지능도 유사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가.
우리가 수학 문제를 반복해 풀 때와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반복 학습할 때, 둘 다 ‘배운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같다면 무엇이 같고,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