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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상민 May 10. 2021

독립영화 <소공녀>, 2018

누구에게나 위스키 한 잔은 있다

독립영화 <소공녀>, 2018

오늘 관람한 영화는 2018년 개봉한 독립영화,

여러 히트작품으로 이제는 익숙한 얼굴인 이솜 주연의

<소공녀>다.


가사도우미로 일당 45,000원을 받는 주인공 미소.

담배 한 갑, 위스키 한 잔, 집세 내면 끝이다.


집이 없는 미소가 넓고 좋은 집을 청소하는 장면에서 이질감이 온다.

점점 올라가는 집세, 담배값에 치이던 미소,

그녀는 집을 나와 옛 밴드 친구들을 찾아다.


밴드를 함께 했던 시간은 뒤로 한 채,
친구들은 꿈을 잊고 현실에 치여 정신이 없다.

담배와 위스키를 위해 집을 포기한 미소와는 달리,
친구들은 남들처럼 더 필요해 보이는 ''을 선택했다.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담배와 위스키를 위해
미소는 친구들 집을 전전하여 각종 모멸을 당하는 등

남들은 이해하기 힘든 처절한 생존의 삶을 산다.
카페에서 잠을 자고 공중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담배와 위스키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현실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위스키와 담배는 미소에게 꿈이자,

삶을 지탱하는 희망과도 같다.
남들에겐 덜 소중하게 생각될 수 있는 담배, 위스키.
미소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위스키는 미소를 살게 하는 힘이자, 희망이다.

자신의 위스키, 담배를 위해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는 미소에게
한 친구는 염치없다고 쏘아붙인다.
매섭다.


남편에게 꽉 잡혀 사는 자신의 모습과

원하는 술과 담배를 포기하지 않는 미소의 모습이

어쩌면 그 친구에게는 대조되어 보이지 않았을까.

남편의 '물' 한 마디에 얼른 잔에 물을 채우는 모습이

그 친구가 정말로 바랬던 삶의 모습일까.


가진 것 없는 미소의 삶이 가지는 특별한 가치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행복에서 나온다.

위스키와 담배 자체에서 오는 행복은

타인과는 무관하기에 충분한 위로 된다.


위스키와 담배는 우리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 모두 미소의 위스키처럼

꼭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

다만 여러 이유로 놓쳐 잊고 살기 바쁠 뿐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포기한 미소의 모습을 비춘다.

그 와중에도 담배와 위스키는 꼭 쥐고 있다.

친구들도, 집도, 약도, 아무것도 없는 미소지만

그녀가 머무는 빨간 텐트는 아직 따뜻해 보인다.




영화 <소공녀>는 유튜브로 1,000원에 관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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