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기대하진 마, 인턴은 스펙이지

앱/웹 개발 관련 중소기업 인턴 경험자와의 인터뷰

by 유상민

앱/웹 개발 관련 인턴 유 모씨와의 인터뷰


오늘은 앱/웹 개발 관련 중소기업에서 인턴십을 경험하고 있는 유 모씨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유 모씨는 현재 4년제 대학 경영 관련 학과에서 3학년으로 재학 중입니다.

대학-기업 간 연계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현재 인턴십을 진행 중인데요,

2018년 12월 26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총 4주간 인턴십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Q1. 인턴을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대학교 인턴십 프로그램이 학점을 제공해줘요. 저는 학점이 좀 필요해서 인턴십을 지원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이유도 큰데요, 방학에도 학교 근처에서 계속 자취하고 싶어서 인턴십을 지원했어요.


Q2. 현재 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A. 엑셀 문서들을 보기 좋게 정리하고 홈페이지 모니터링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어요. 디자인 측면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회의에도 같이 참가해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해요. 매일매일 아이디어 관련 과제도 주셔서 고민도 해보고요. 인턴이면 매일 일일보고서를 작성한답니다. 제가 있는 기업이 네이버 지식IN처럼 질문과 답변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광고를 노출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구조를 지니고 있어요.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새로운 글들을 보고 여론을 파악하고 홈페이지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있어요.


Q3. 일의 강도는 어떤가요?


A. 생각했던 것보다 쉽고 편해요. 일도 그렇게 힘들지 않고 휴식시간도 자유롭게 가질 수 있어요. 인턴을 관리하는 분(저희는 본부장님이라고 불러요)도 저희한테 터치를 잘 안 하셔서 편해요! 일보다는 회사와의 거리가 왕복 3시간이라서 그게 더 힘들어요.

정규직과 하는 일 사이에 괴리감이 있긴 해요. 정규직은 컨택을 한다던지 더 복잡하고 힘든 일을 담당해요. 야근은 거의 필수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은 기본적인 사이트 지식만 있으면 가능하거든요. 인턴도 3명이라서 할 일이 엄청 많지도 않아요.


Q4. 일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출근시간이 10시예요. 다른 인턴들은 대부분 8시 반까지 출근이라 이 점은 되게 편한 것 같아요.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해요.


Q5. 보수는 어느 정도 받나요?


A. 기업에서 60만 원, 학교 링크사업단에서 40만 원, 저희 학과에서 20만 원을 받아요. 인턴을 하면서 120만 원 이하로 받는다면 학과에서 그 부족분을 채워주거든요. 그래서 한 달에 120만 원을 받고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Q6.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요?


A. 회의에서도 자유롭게 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어서 분위기는 좋아요. 다만 중소기업이다 보니깐 하나하나 결정이 중요하기도 하고 고위직의 판단에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제 아이디어는 반영이 많이 되지는 않아요. 이런 경험으로 중소기업 인턴보다는 대기업 인턴을 선호하게 되었어요.

정규직들과의 소통도 잘 되는 편인 것 같아요. 연령대가 다들 높으셔서 저희한테 되게 잘해주세요.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어요.


Q7. 기획 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기획을 하신 적이 있나요?


A. 최근에 제가 낸 아이디어가 하나 채택된 경우가 있었어요. 저는 홈페이지를 계속 이용해온 헤비 유저들에게 초점을 맞췄어요. 많은 답변을 제공한 유저들이 자신들의 답변을 모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견을 냈어요. 칼럼 형식이나 카테고리식으로요. 이 아이디어는 잘 될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용해 온 헤비 유저들보다는 신규 유저들을 더 신경 쓰고 있어서 제 생각과는 충돌하는 점도 많았어요. 그래도 제 아이디어가 채택될 것 같아서 기뻐요.


Q8. 인턴 활동으로 기대한 점은 무엇인가요?


A. 저는 학점이나 개인적 사정으로 인턴을 지원했기 때문에 인턴 내용에서는 엄청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아요. 제가 처음에는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떨어졌거든요. 사정사정해서 겨우 추가로 합류하게 된 거예요. 제가 지금 있는 기업이 원래는 8주 인턴만 뽑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사회생한 거라서 인턴 자체에 기대하는 바가 있진 않았어요.


Q9. 현재 인턴 생활에 만족하시나요?


A. 만족해요. 사실 인턴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운 것 같기는 하지만 그다지 유용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긴 해요. 일상의 반복이라 재미도 없고요.

하지만 제가 받는 120만 원뿐만 아니라 부가적으로 얻는 무형의 가치도 있다고 봐요.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3학점을 방학에 따기 위해서는 계절학기 등록금인 30만 원을 내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인턴십을 통해 학점을 벌었잖아요? 개인적 사정과 이런 부분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만족스러워요. 다시 할 수 있다면 또 할 것 같아요. 일의 강도에 비해 받는 보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인턴 경험이 추후 취업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도 인턴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도 많이 하고, 인턴 문화를 경험해본 게 나중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요.



인터뷰 분석


이전 글에서 소개드렸다시피, 인턴은 크게 시용형 인턴과 연수형 인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어떤 인턴에 속할까요?


회사 차원에서는 이번 인턴을 '연수형 인턴'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연수형 인턴'의 역할이 잘 수행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인턴에게 과제를 주고, 일일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며, 인턴 스스로 하나의 아이디어 혹은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회도 자유롭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턴으로서 유 모씨가 제공하고 있는 노동은 존재한다고 봅니다.

홈페이지 관리 및 모니터링 작업은 해당 기업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인턴 3명이서 이러한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에 '시용형 인턴'으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규직과의 업무 괴리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턴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고,

업무의 강도, 제한성, 전문성이 떨어지기에 인정되는 노동의 범위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모니터링이나 아이디어 과제의 경우 실무 파악을 위한 인턴 교육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목적이 근로 제공이 있지 않기에 '연수형 인턴'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보수는 120만 원으로 2019년 기준 한 달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연수형 인턴'이기에 최저임금 보장에서 제외됩니다.

'연수형 인턴'임을 고려했을 때도 학교 측 지원으로 인해 다른 연수형 인턴보다 많은 금액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받는 보수에 대한 불만은 없어 보입니다.



인턴의 '막연함', 여기서도 작동한다.


이번 사례에서도 인턴이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 모씨의 경우, 인턴 경험이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으나,

그에 대한 근거는 주변인들의 조언이나 '없는 것보단 낫겠지'에서 그칩니다.

이전 사례 분석에서 나왔던 인턴 경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나타납니다.


실제로 유 모씨는 인턴 경험이 개인 역량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게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인턴 경험이 취업에는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펙과 능력의 구분, 이루어지고 있는가?


취업 시장에서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펙과 능력, 두 가지가 전부 필요합니다.

스펙은 서류 상에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그러나 유 모씨의 경우, 스펙만 제공하는 인턴 활동이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는 능력에 이미 자신감이 있기에, 스펙을 쌓는 것에 집중한다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이 취업시장에서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인턴 활동을 통해 부족한 스펙을 보완하고 자신의 경쟁력 있는 능력을 증명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인턴 활동은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스펙과 능력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서 쓰고 있을 수 있습니다.

스펙이 곧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인턴 활동은 취업 시장에서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많은 스펙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취업 시장에서 개인의 역량이나 능력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증명하고 보여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고 생각한다면?

'많은 스펙 ⇒ 능력자'라는 공식이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인턴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


두 관점 모두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인턴이 취업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준다는 점이죠.

정말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X입니다.

특히 '시용형 인턴'이라면 몰라도, '연수형 인턴'이 능력 증명의 수단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정규직들의 업무과는 큰 차이가 있는 '연수형 인턴' 경험이 충분한 능력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턴에 대한 환상은 왜 생겨난 것일까요?

서류 통과를 위한 스펙 차원에서 이러한 환상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인턴 경험은 적어도 기업 1차 서류 평가에서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취업시장에서 유의미한 경험을 가지기 힘든 상황에서 인턴 경험은 지원자를 돋보이게 합니다.

여기서도 계속 언급드렸던 취업시장의 막연함이 작동하고 있겠죠?

'없는 거보단 낫겠지', 적어도 서류만으로 합불을 판단하는 상황에서 인턴 경험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원자들을 거르는 거름망, 스펙


실제로 모든 기업들의 취업을 심사하는 과정이 항상 공정하고 이상적으로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기업 입장에서 많은 지원자들의 능력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인턴이라는 스펙의 유무를 기준으로 1차적으로 많은 지원자들을 손쉽게 추려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좋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만,

능력적으로 더 뛰어난 직원을 선발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대적으로 뛰어난 직원이 제공하는 이익보다 크다고 생각이 든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원자들의 능력 편차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스펙을 바탕으로 간단한 선별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공들여서 뽑은 직원이나, 간단하게 뽑은 직원이나 능력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면,

그냥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선택하고 싶겠죠?


이러한 취업시장 구조일수록, 지원자들은 이 속에서 걸러지지 않도록 스펙을 준비합니다.

때문에 지원자들 사이에서 인턴과 같은 스펙이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겨지지 않을까요?



소결 : 기형적 취업시장은 모두의 손해


구조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진단하자면, 스펙을 우선시하는 기형적인 취업시장 구조가 만든 모순된 현상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보유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이득입니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능력이 비슷하여 인재 선발 과정에 많은 비용을 쓸 필요성이 없어지면,

간단한 선별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 서류 상의 스펙 따위들이 힘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취업시장에 놓인 지원자들은 개인적 역량 개발 대신 명목적인 스펙 수집에 혈안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지원자들이 보유한 능력의 하향평준화가 발생하며 개인적, 사회적으로 손해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인터뷰에서 나타난 '인턴 경험은 취업시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라는 생각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이러한 생각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어떠한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지 분석해보았습니다.

글에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여러 논의점들이 많았던 이번 인터뷰였답니다:)

다음 글에서도 계속 관련된 논의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