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글짓기

300일의 집을 짓다. 글을 짓다. 지어 [지어] 지으니 [지으니]

by 마음

그 삼일


- 2층 내벽나누기 도머창 , 타이백, 창문달기


2층 내벽을 세우기를 시작했다. 45도 지붕 각도 안에 들어갈 공간은 방 두 개와 거실이다.

우선 1층에서 올라오는 공간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던 셰드벽 설치를 마무리하고 공간 분리를 위해 벽을 세웠다. 오른쪽 방부터 내벽을 세워 올렸다. 수평을 잘 맞춰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도가 있다 보니 나무 하나하나를 잘라서 각도에 맞게 붙이면서 내벽을 만들어 갔다.


20130223_121304.jpg?type=w2 셰드벽 위로 서까래를 올려 지붕완성을 위해 달려본다.
20130223_130017.jpg?type=w2 계단 옆쪽으로 내벽을 만든다.


20130223_103038.jpg?type=w2 오른쪽 방 공간 분리를 위해 내벽을 세운다. 각도에 맞게 하나하나 잘라서 수평을 잡고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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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3_165436.jpg?type=w2 반대쪽 왼편 내벽도 같은 방식으로 하나하나 붙였다.



도머창을 만드는 건 큰 지붕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지붕의 각도를 계산해 나무를 하나하나 자르고 양쪽에서 중간 서까래에 딱 맞게 힘을 맞출 수 있도록 정교하게 각이 있게 자르고 이어야 한다. 나무의 합에 따라 뜯고 자르고를 반복하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작업도 매우 까다로웠다. 앞에 처마를 내는 부분도 각도와의 싸움이었지만 아무런 장비를 갖추지 못한 우리가 정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서 작업했다는 생각을 하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목숨을 내 던졌구나 하는 무모함에 기가 찬다.

20130226_151220.jpg?type=w2 나중에 합판을 댈 때를 생각해서 나무와 나무의 높이가 같아야 하기 때문에 손으로 두 나무를 계속 만져보면서 수평을 확인했다.
20130226_151235.jpg?type=w2 처마에서 마감에 이르기까지 손이 가야 하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


드디어 2층 벽에도 합판을 붙여 벽을 만들었다. 성냥개비 같았던 뼈대를 감싸주니 집이 한층 더 늘름한 모습이 된다. 합판에 창이 들어갈 만큼 자르고 2층의 세모난 부분도 반듯하게 잘라야 하는데. 모든지 반듯하게 자르는 게 아주 타고난 남편의 재능 덕분에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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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합판으로 벽을 막을 때쯤 한번 더 큰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서둘러 방수포를 쳐야 했다. 합판이 물기를 머금으면 수축과 팽창이 진행되므로 가능하면 빠르게 방수를 해주는 게 좋다. 초록색 방수포 타이백 작업을 시작했고 큰 눈이 예보되어 안으로 물기가 들어갈걸 우려해서 빠르게 창문까지 달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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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_124834.jpg?type=w2 서까래 끝부분을 하나하나 다듬어 주지 않으면 나중에 사이딩 작업 시 마감이 힘들어진다.
20130304_145227.jpg?type=w2 어렵게 만든 도머창이 만들고 보니 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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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5_113910.jpg?type=w2 큰 거실창과 현관문도 달았다.


- 마음속에 집을 짓다-


누구나 내 집을 짓겠다고 계획할 때면 그에 맞는 모티브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나하나 모양이 완성될수록 내가 꿈꿨던 집의 모티브가 무엇인지 형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빨강 머리 앤에 나오는 그린게이블이 내 모티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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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싶다 마음먹었을 때부터 나는 그린게이블을 수도 없이 그려보았다. 물론 앤의 집처럼 큰 집을 지을 수는 없지만 초록 지붕에 45도 각도가 어우러진 집. 오르내리는 창문이 있는 앤의 방, 냉정한 현실을 잘 견뎌준 앤이 운명처럼 따뜻한 가족을 이루게 되고,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될 그런 공간을 늘 꿈꾸며 집을 지었다.


만화 빨강머리 앤은 내 어린 시절 모든 환상이 담긴 추억이었다. 앤이 마차를 타며 그린게이블로 가는 장면의 말발굽 소리, 마차가 삐그덕 거리는 소리, 휘날리는 꽃들과 아름다운 자연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주며 상상에 빠지는 앤의 현실 탈주 일인극, 접시 소리, 차를 따르는 소리, 설거지할 때 끌어올리는 펌프질 소리, 거품이 나는 싱크대, 따뜻한 물을 끓이는 주전자 소리, 행주를 깨끗이 닦는 모습,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 촛불이 켜지면 느껴지는 따뜻함. 바닥의 삐걱거림, 침대에 앉을 때 나는 소리, 침대를 정리하는 소리, 소품 하나하나의 소리, 그 소리들을 들을 때는 이상한 안도감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마릴라 아주머니가 가꾸는 그린게이블 안은 너무 정갈했고 공간의 용도가 확실했으며 정해놓은 규칙들이 있었다. 앤은 마릴라 아주머니의 엄격한 정리 규칙을 먼저 따라야 했고, 나는 그런 엄격한 마릴라 아주머니의 정리병이 좋았다. 앤의 내용이나 앤이 주는 대사는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린 게이블의 공간과 공간이 주는 소리, 공간의 역할과 인테리어 소품들이 내 마음을 매혹시켰다.


그 공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린게이블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고. 초록지붕이 너무 멋진 2층집이다. 안팎으로 너무나 깔끔하고 살림 최고수의 마릴라 아주머니가 관리하는 완벽한 곳이다.

그곳에 앤이 왔고, 남자아이를 원했던 아주머니가 앤을 파양 하기로 마음먹고 앤에게 통보하는 날, 앤은 울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마릴라 아줌마는 그런 앤을 찬찬히 살펴본다. 부족한 앤이었지만 알려주면 알려주는 대로 살림과 정리정돈을 곧잘 하는 앤의 모습을 보면서 운명처럼 앤을 가족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린 게이블이 처음 등장할 때 완벽할 것 같은 그 집에서 한 가지 느껴지는 것은 외로움이었다.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아저씨 그리고 앤이 만나 함께 하는 그린게이블의 공간은 점차 그 느낌이 달라진다.


앤이 온 후 그린게이블은 많은 소리들이 넘쳐난다. 접시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더 많이 들리게 되고 무뚝뚝한 매튜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의 말소리가 점점 더 많아지게 된다. 때로는 싸우게 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은 서로의 애정과 믿음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런 가족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공간은 더 밝아지고 집은 더욱더 많은 소리들로 넘쳐났다.


내가 그 소리들이 안도감이라고 느꼈던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가족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있는 공간은 안도감을 들게 만든다. 집을 지으면서 이곳이 주는 소리를 생각해 봤다. 만약 아이들의 소리가 없었다면 집은 결코 완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맡기면 쉽게 지어지는 집이겠지만 내 손으로 지어보겠다고 다짐했던 건 집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가족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허덕이던 도시의 아파트 생활은 어쩌면 앤이 오기 전 그린게이블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가족이 된다는 건, 나의 공간으로 너를 초대하는 기쁨이고 설렘이다. 초대한 그 공간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그곳을 떠날 때, 즐거웠어요 라는 말을 해 줄 언젠가의 그날이 올 때까지 최고의 손님으로 나의 공간에 초대하는 또 다른 그린 게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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