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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오 Dec 31. 2015

사람은 작다.

그래서 큰 것에 반하나 보다

저는 어렸을 때 고래를 보며 숨죽이는 일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수족관에 다녀온 친구들이 엄청나게 큰 고래와 가오리를 봤다고 했을 때에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처음 수족관을 갔습니다.  그때 고래도 보고, 가오리도 보고, 커다란 거북이도 보고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그때는 뭔가를 낯설게 보는 능력을 잊어버린 뒤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멍하게 오랫동안 고래를 보았습니다.

책에서 보던 그런 고래와는 달랐습니다. 커다란 몸이 아주 유연하고 날렵하게 큰 수족관을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 큰 입으로 수많은 먹이를 흡입하듯이 먹고 있었습니다. 작은 플랑크톤 같은 먹이를  먹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런 장관을  연출할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고래상어의 저녁식사 /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 2015.5

고래의 저녁식사는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뭔가를 끊임없이 흡입하고, 그리고 소화가 되면서 나오는 많은 찌꺼기들에 수많은 고기들이 다시 달려들었습니다. 


도감에서 봤던 흔한 고정관념을 억지로 잊고, 낯설게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미 그 자체로 낯선 장면이었습니다. 이미 저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외에 정말 큰 우주가 지구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만, 제가 너무 작았기에 모르고 살아왔음을 느꼈습니다.


수족관 앞에 앉아 멍하게 꽤 오랫동안 고래를 봤을 겁니다. 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고래와 그 고래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찍는 사진들.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사실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커다란 고래에 홀린 듯이 사진을 찍고 있다는 지금 이 순간의 사실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사람들과 제 모습을 돌이켜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은 참 작구나, 그래서 이렇게 큰 것들에 나도 모르게 홀리게 되는구나.


사람은 작다. 그래서 큰 것에 반하나 보다.

사람은작다. 그래서 큰 것에 반하나 보다 /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2015.5

고래가 본디 살아가는 세상과 비교했을 때, 이 수족관은 정말 작은 어떤 곳일 겁니다.  그곳에도 우주는 존재했고,  그곳에도 질서는 존재했고,  그곳에도 그들의 규칙은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시지만, 고래와 많은 물고기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바닷속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얼마나 좁은 시각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저는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사람의 크기에 대해서 배우고 왔습니다.




세상에 가볼 곳은 참 많습니다.

그런데, 다시 가보고 싶은 곳도 참 많습니다.

오키나와의 츄라우미 수족관도 그런 곳입니다.


고래상어 세마리의 저녁식사 /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 2015.5






관련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7ZfYsS_wx/

고래가 아닌 고래상어라고 많은 분들이 알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중요한 부분은 다소 수정을 했습니다. 다만, 처음 고래라고 생각하며 느꼈던 그 감정은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문맥상에는 계속 고래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느꼈던 그 감동을 많은 분들이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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