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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오 Apr 17. 2016

여전히 별은 빛나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가 잊은 것은 아닐까?

뉴질랜드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밤하늘을 보는 기쁨입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거짓말 같이 별이 총총 빛나고 있거든요.




제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담양에서만 하더라도 별이 참 잘 보였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바쁘게 살다가 우연히 하늘을 보면 하늘은 그저 어두울 뿐입니다. 지금은 하늘에 별을 본다는 것은 참 큰일 중에 하나가 되었죠. 하긴 지금은 별이 문젠 가요. 서울에서는 미세먼지에 황사 때문인지 뿌연 날이 더 많고, 그냥 하늘도 제대로 보기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서울하늘 / 응봉산 / 2015


하늘을 보며 다짐을 하고 별을 보며 소원을 빌던 때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제 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잊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란 참 약한 동물이라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정말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죠.


하늘에 별은 빛나고 있어요.


이 쉬운 사실을 뉴질랜드까지 다녀와서 다시 상기했어요.

아니 이렇게까지 별 볼일을 감탄해야 하다니! 그리고 이렇게 까지 감격해야 하다니...

숙소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월출 / 네이피어 / 2016

그냥 정말 평범한 장소예요. 숙소 앞에 앉아서 멍하니 보고 있으니 달이 떠오르고 있었어요.

달이 떠오르는 그 순간도 먹먹하고 참 멋졌는데, 그 밝은 달빛에도 불구하고 별도 지지 않고 총총히 빛나고 있었어요. 찰나의 순간에도 별은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들어내며, 너희가 보지 못했던 것이지 나는 원래 여기에 있었다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별과 함께, 잃어버린 상상력

중요한 것은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잃어버린 사고의 확장성과 표현의 한계점이죠. 눈 앞에 총총히 박혀있는 별을 볼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벅찬 감동을, 별이 보이지 않게 되자 평소엔 상상조차 안 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우리는 보이지 않게 된 뭔가와 함께, 생각할 기회들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탁한 공기, 산업화의 폐해, 환경 보호 이런 큰 주제를 생각하자는 글은 아닙니다.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있고,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도 있어요. 그런 주제들을 떠나서, 그저 개인적으로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소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잊지 말자!

별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별'이라는 상상의 출발점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생각할 기회를 계속 잃게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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