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는 오랜 시간 금융의 변화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스마트뱅킹이 처음 도입되던 시절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이노베이션 랩과 사이버 보안까지— 금융이 기술과 결합하며 세상을 바꿔 온 수많은 장면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 여정에서 저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금융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신뢰이며, 신뢰가 바뀌면 세상의 질서도 바뀐다.”
인류는 처음부터 ‘신뢰’를 중심으로 금융을 만들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물물교환이 있었습니다. 서로를 직접 보며 “이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 단순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커지고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보관’할 무언가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것이 화폐였습니다. 화폐는 교환의 도구이자, 신뢰의 물질화된 형태였습니다. 금속, 종이, 전자신호로 바뀌어온 그 모든 단계 속에서도 우리는 늘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약속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이제 금융은 기술 위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블록체인은 중앙 없는 신뢰를 가능하게 만들며, DAO와 토큰화 자산은 개인이 스스로 금융의 주체가 되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닙니다. 금융의 구조 자체가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거래의 방식, 가치의 개념, 신뢰의 주체가 모두 완전히 다른 형태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시스템은 오랜 세월 인류의 경제를 지탱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는, 그 기반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갈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은 더 이상 ‘중앙의 언어’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언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때 금융은 소수의 전문가와 기관이 다루는 영역이었습니다. 복잡한 용어, 난해한 시스템,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은 금융을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피해야 할 영역’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누구나 블록체인을 통해 자산을 발행할 수 있고, AI를 활용해 스스로의 금융 전략을 세울 수 있으며, DAO를 통해 공동체가 자금을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은 더 이상 소수의 언어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이 참여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열린 대화의 장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금융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Finance)”이며, 이 변화가 우리의 삶과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입니다.
다가올 시대에는 ‘신뢰’ 그 자체가 기술의 형태로 설계됩니다. 데이터는 스스로 거래의 진위를 증명하고, AI는 인간의 감정보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며, 블록체인은 신뢰를 중앙 없이 유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세계에서는 “신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됩니다. 신뢰가 코드로 구현되고, 도덕이 알고리즘으로 측정될 때, 우리는 과연 더 안전한 세상에 사는 걸까요? 아니면 통제된 완벽함 속에서 자유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걸까요?
『The Last Trust – Project Ethos』는 이 거대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금융 서사입니다.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질 것 입니다.
“기술이 신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신뢰가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연결될까?”
“완벽한 시스템은 정말 더 나은 세상일까?”
이 이야기는 금융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에게 금융을 다시 ‘인간의 언어’로 되돌려주기 위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제 금융은 더 이상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직접 다루고, 선택하고, 설계해야 하는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돈 때문에 울고, 웃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데, 그것을 충분히 다를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면 어느 순간 돈은 우리의 자유를 저해하고, 종국에는 돈에 의해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는 삶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금융의 미래는 소수의 손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해하고, 사유하고, 행동하는 모든 사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돈은 시간 속에서 흐르는 신뢰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