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 이OO 선배에게

by 이유수

어차피 밖에서 자주 볼 건데 괜히 아쉬운 마음에 성까지 붙여 이OO 선배라고 매정하게 불러봅니다.


"선배 나간다고 너까지 퇴사 방아쇠를 당기는 건 조금 감정적인 선택이 아니냐"고 했던 지인의 말을 곱씹어보다가, 그게 그만큼 중요할 정도로 덕분에 버텼고 일어났고 걸어왔습니다.


회사에 롤모델이 없다며 투정과 불만을 토로하던 오만한 제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선배가 회사에 품은 생각, 캐물으면 꼬박꼬박 해주던 일상 이야기, 최근 마지막으로 운 이야기 나눠주셔서 의지했고 저도 의지가 되는 후배이길 꿈꿨어요. 발칙한 질문으로 당황스러웠을 몇 번의 점심에 사과도 보탭니다.


일보다 큰 삶이, 그 무궁무진함이 가끔 막연하고 벅차더라도 내가 되고 싶은 나와 우리가 되고 싶은 우리를 향해 너무 무겁지 않게 함께 나아가길 아주 바랍니다.


가끔 저를 대인이라 칭할 때마다 오른쪽 귀가 빨개지면서도 그렇게 봐주는 사람이야말로 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쪽에서 온 귀인을 만나고 제 삶은 더 풍성해졌어요. 그리고 선배는 이미 제 큰 그림에 넘어와 버렸어요. 그건 앞으로 차차 아실 겁니다. 지구별 여행 내내 어떤 부담도 등에 지지 마세요. 세상 하나뿐인 생이여!


-선배보다 먼저 왔다 늦게 나가는 후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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