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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Dec 06. 2022

타지생활기록부, 인트로.

연애에서 결혼까지, 서울에서 경상도까지.


같은 과 동생의 짝사랑남과 친구먹기


21살 대학생 시절, 같은 과 동생이 좋아하는 남자라고 소문이 난 그는 나와 동갑이었고 쌍커플이 예쁘장한 축구를 좋아하는 21살 남자애였고, 그와 나는 우연히 옥상에서 담뱃불 빌리다가 통성명을 하고 우리과 동생이랑 잘 지내냐는 포문으로 대화를 시작해 동갑임을 알면서 조금 쉽고 편하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정확히는 결혼 전까지) 남사친이 인간관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만큼 털털하고 서슴없던 성격이었던지라 당연히 그와도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연락하고, 얼굴을 보며 친구 사이를 꾸려갔고 그 긴 세월동안 나는 그의 전담 연애상담사이자 유일한 여사친이었다. 



사건의 발달


결혼 적령기인 30세, 나는 4년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은 직후였고 그 역시 1년여 간의 고단한 연애를 마친 상태라 깊은 친밀감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사고(?)터졌던 것.

그날 이후 소원해진 관계 (소위 쌩깠다고 표현하는)에서 오는 어이없음도 희미해져가던 두 어달이 지난 겨울 밤 경상도에서 출발한 고속버스에서 막 하차한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굴 보고 할 말이 있다"고.

늘 자신있고 유쾌하던 친구가 사뭇 다른 얼굴과 단어로 연애를 제시하여 나는 반은 수락했고 반은 거절했다. 아직도 회자되며 원망을 사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 그 당시 내 대답은 이랬다.

"연애 OK, 결혼 NO. 결혼할 여자 생기거나 결혼하고 싶어지면 쿨하게 헤어지겠다. 그러니 나는 NO 결혼"


정확히 1년 3개월 후 나는 무려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 씩이나 채운 채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마쳤다. 




꿈에도 상상해본 적 없던 친구와의 ㅡ무려 10년지기와 연인이 되는 것, 남의 일이라도 손사레부터 치던 장거리 연애, 결혼은 무슨! 비혼추종자였던 나의 타지에서 꾸려가는 결혼생활에 관한 여정의 기록, "타지생활기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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