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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Dec 12. 2022

결혼의 시작, 비혼

"엄마처럼 살지 않을래"의 방어기제


3년 차 기혼자로서 비혼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썩 현실적이지 않고 불편해할 이들이 있으리란 것도 알지만 타지생활을 시작하게 된 첫 단추가 결혼이며, 그것의 이전 단계가 비혼이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혼에서 결혼을, 결혼에서 타지생활을 꾸려나가는 이야기의 출발지, <비혼> 대체 그건 뭘까? 어렸을 적 막연히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변하고, 가치관이 정립되면서 비혼을 희망하는 이유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만들어갔다.


방어기제, 그런 것이었다. 전통적 여성상이라는 프레임에서 강요되는 희생, 인내, 양보로부터 전통시대에 살지 않으면서도 나의 모든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그것의 시작점조차 갖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많은 딸들이 그러하듯 엄마의 삶을 답습하지 않으리라, 엄마처럼은 살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식하고 투쟁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또다시 요구되는 통념 속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과도기 시대의 여성으로 살고 있다. 그런 여성에게 자신만의 가치관, 지향점, 삶의 목적,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등 모든 것을 온전히 행할 수 있는 울타리가 결혼은 아니겠다는 결론에 이렀던 것.


'삶의 모든 순간이 나 이기를' 노래 가사처럼 인생 모든 선택의 순간에 기준이 되는 것이 나일 수 있는 삶을 살고자 열심히, 열심히 살았다. 누구나 알 법한 이름 있는 대학, 크고 작은 수상, 대외활동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알 법한 좋은 직장과 썩 괜찮은 연봉, 혹자는 부러워할 인간관계 등을 꾸려나가며 "결혼할 겨를조차 없어용" 이라던지 "결혼 그거 왜해용? 지금 개행벅ㅋ"의 상태를 증명하며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혹자들에겐 당연한 그런 삶을 위해.


'비혼의 완성은 결혼'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엔 그 말이 썩 불쾌했는데 기혼 3년 차인 나는 이것이야말로 참의 명제라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결혼과 비혼은 각각 존재하는 개념이자 삶의 형태이므로 ㅡ반대말이 아니며 그것들은 실제로 행해보지 않고서는 본연의 가치를 알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삶이 그러지 않으랴. 우리의 삶은 모든 형태의 시간을 겪어보기에는 상당히 유한하다는 점은, 어떠한 쪽이든지 간에 가치롭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더욱이 나에게 결혼이란, 그로 인한 타지생활이란 더할 나위 없이 현생에 있어 가치롭고 풍요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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