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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Oct 18. 2022

첫 경험의 짜릿함


ㅡ(나) 나 이런 축제 보러 가는 거 태어나서 처음이야

ㅡ(신랑) 난.. 진주 살면서 처음이야.


지난 연휴, 진주남강유등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불꽃축제가 열렸다. 하얗고 작은 우리 강아지 나무와 신랑과 쫄래쫄래 손잡고 코끝 시린 가을밤을 가로질러 다녀왔다.

키득키득, 서로의 처음을 함께 나눈다는 것에 즐거움이 더해져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인산인해를 헤쳐 나가는 걸음의 자국이 'ㅋ'모양으로 찍혔을지도 모른다.


이 광경을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 애석할 만큼 인생 첫 불꽃놀이는 웅장했고 경이로웠으며 아름다웠다. 불꽃과 함께 터져 나오는 굉음이 차라리 속 시원했고 팡팡 하늘로 치솟는 불꽃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2022 진주남강유등축제



서울에서 나고 자라는 지난 30여 년 동안 매년 여의도에서 열리던 전국 최대 규모의 불꽃축제를 구경하러 간 적도, 시도한 적도 없었던 내가 참으로 무미건조하게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장소, 루트, 식당부터 손에 익은 업무들을 고수하며 혼잡스러운 도시에서 어떻게서든 흔들리지 않는 무게추를 원했기에 예상치 못한 변수와 자극들로부터 거리두기를 하며 지냈다.


그런 내게 떠나옴으로 인해 난생처음 겪는 일들이 참 많다.

새 직장, 새로운 일, 이전에는 부러워만 하던 나만의 공간, 물건들.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것들의 대부분이 나의 세계에서 이롭게 작용하고 있음이 이번 불꽃놀이를 관람하며 느낀 감상이다.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오는 일이 버겁지만, 볼 가치가 있구나"라는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어서였을까?


마치 폭죽처럼 터져대는 신선하고 새로운 첫 경험 들은 그저 해볼 만한 가치를 깨닫는데서 그치지 않고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변화를 수용하고 거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게끔 일러주는 등대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더욱이 기존의 삶에서 철저히 분리되어 자립하여 꾸려나가는 현생의 조건은 어떤 일이 기쁨을 주고, 무슨 상황이 불쾌감을 증가시키는지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니 늦다고 하기엔 다소 이른 서른다섯의 첫 경험들이 인생의 프리즘이 되어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지 않을 수 없다.


어디로부터든지 간에, 떠나오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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