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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Feb 14. 2023

결혼할 여자 생기면 떠나도 돼. 응 그게 나였네

10년 친구, 1년 연애, 4년째 깨볶는 부부입니다.


21살, 같은 과 동생과 썸 타던 김씨와는 오며 가며 얼굴만 알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그를 옥상에서 마주쳤다.  


오호라 잘 되었네 싶어 불 좀 빌리자는 나의 당돌한 요청에 대해 그의 말을 빌리면 ㅡ 갓 상경한 촌사람으로서 담뱃불 좀 달라던 어느 여자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응 그래 보였어"라고 심드렁히 대꾸할 만큼 당시 그는 놀라움을 쉽게 감출 줄도 몰랐던 순수한 시골청년이었다.


그 뒤로 10여 년 간 우리는 때때로 술도 마시고, 밥 한 끼 나누며 진로고민을 공유하고 격려와 더불어 험한 욕도 즐거이 나눌 만큼, 연애상담도 도맡아 해 줄 만큼 호형호제(?)하던 '남사친, 여사친'이었는데..






각자의 연애가 소강상태였던 서른에 오래간만의 안부를 핑계 삼아 우린 만났고 아직도 왜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의 불꽃”이 터져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섣불리 연애를 시작하기엔, 더욱이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도 있는 연애를 시작하기에는 둘 다 제법 어른스럽고 싶었던 서른.


두어 달의 공백기동안 심사숙고를 마친 그가 연인을 맺자며 350km를 달려왔고 그런 그이게  돌팔매질을 시전.


“연애 좋은데 난 결혼할 생각이 없어. 인생 계획에 없어. 단 서른넷 다섯 즈음 결혼하고 싶거나 결혼할 여자가 눈에 들어와 헤어지자고 하면 군말 없이 오케이 할게. 그래도 좋으면 만나보자"라고.


결국 저 대답은 허언으로 종지부를 찍었는데, 연애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에 우리는 웨딩마치를 올렸기 때문이다.



현 기혼자인 내가 연애는 OK 결혼은 NO를 외쳤던 에피소드를 공개하면 누구 말마따나 “지랄”한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단언컨대 나의 결혼 소식에 지인들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 만큼, 누군가는 지금까지도 제일 어이없던 일 중 하나였다고 회고할 만큼 찐텐이었던 이 이야기는 아직도 우리 부부의 가장 짜릿하고도 즐거운 연애담이다.




친구에서 연인의 감정을 일으켰던 어떤 불꽃에 대해 근래 들어 나눈 이야기로, 신랑은 서른이 넘도록 올바르게 그리고 여전히 친구로 있어준 내게 참 올바른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었고 그런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졌다고 했다.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나의 핀잔에 덧붙인 말은 친구일 때와 연인일 때의 모습이 완전히 다름에 매력을 느꼈다고..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확신을 얻고 계획에도 없던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는 다음 브런치에 썰을 풀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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