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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ul 04. 2023

노포도 돌이켜줄 수 없는 시절

그대로 담아두길


오래된 해장국집에 이른 아침 들렀다.


세수도 채 하지 않고 길을 나선 탓인지 아침일찍 움직이는 바람에 잠이 덜 깬 탓인지 이날따라 세세한 감정들이 몸의 세포가 깨어난 것처럼 잘 느껴져서 그랬을거다. 그게 아니라면 뜨끈한 국물이 내장부터 마음까지 달래준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또는 그것에 더해서 오래된 노포 해장국집에 묻은 많은 이들의 세월의 무게감때문인걸까. 이날따라 많고 작은 모습들이 확대경을 낀 듯 크게 와닿았다.


주문한 해장국을 퍼먹다가 우연히 건너편 4인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빠, 엄마, 큰딸과 막내 아들 네 식구가 눈에 들어와 계속 눈길이 간다.


엄마가 그리고 내 가족이 보고싶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크게 느낀 것은 저 시절의 나는 왜 그리 부모와 외식한끼 하는 일이 성가시고 부끄럽게만 느꼈을까에 대한 후회와 탄식 그리고 자책이었고 그 시절이 다시 오지 않을거라는 절망이었다.


간밤에 거나하게 마신 술이 채 해독이 되지 않았나보다 생각하며 울먹이지 않으려 애써 다른 말을 꺼내어 보았는데 결국 또 가족이야기였다.


- 나는 4인 가족이 참 부러웠어. 우리 가족은 늘 6명 아니면 5명이라 외식할 때에도 테이블 나누어 앉는 일이 참 성가셨거든. 그래서 나는 4인가족이 정말 부러웠다?


이 또한 진심이었다. 식당, 놀이공원, 백화점, 공원 등 어딜 가도 우리가족만 북적이고 머릿수가 많은 것이 어린 시절 나는 왜 그렇게 부끄럽고 남사스럽다고 생각했던걸까.


다 커버린 나는 아직 아이같지만 남들보다 하나 더 있는 삼남매가, 아직 건강히 지내어주는 엄마와 아빠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재산이자 기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매사에 여전히 아이처럼 툴툴거리고 냉랭한 내 모습이 뜨끈한 해장국 뚝배기에 담겨 얼른 녹아버렸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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