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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ㅋㅋㅋ하면 나는 ㅎㅎㅎ로 답하기

by 유타쌤



"아니, 교사 동아리 단톡방에 올라온 ㅋㅋㅋ라는 말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거야?"

교사 모임으로 알게 된 50대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셨다. 어떤 글에 ㅋㅋㅋ라는 댓글이 달렸는지 여쭈어보았더니, 핸드폰을 직접 꺼내 그동안 자신이 올렸던 글들을 보여주셨다. 다양한 나이대로 이루어진 학교 교과 단톡방이었는데, 선생님은 거의 매일 좋은 글귀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재미있는 움짤 사진들을 단톡방에 올리고 있었다.

"재미있는 글 감사하다고 하던가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또래 친구도 아니고 엄연히 선배인데, ㅋㅋㅋ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잖아."

나는 친구한테도 아니고 선생님들 단톡방에 그런 건 올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아, 그러셨어요?"라는 공감 없는 맞장구만 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아버지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갖게 된 나의 아버지는 그 작고 신비로운 물건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집에만 가면 늘 켜져 있던 티브이 뉴스가 이제는 스마트폰 작은 화면 속에서 비춰지더니 어느새 아버지는 정치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까지 섭렵하셨다. 젊은 시절 살았던 장소를 구글맵으로 찾아서 캡처한 뒤 가족 단톡방에 올리시는가 싶더니 한동안은 또 반짝이는 효과음이 나는 '오늘의 좋은 한 마디'같은 이미지를 올리시기도 하셨다. 언제부턴가 단톡방 속에 아버지가 너무 조용하셔서 왜 이제는 좋은 글 같은 거 안 올려 주시냐고 여쭈어 보자, "니들이 대꾸도 안 했잖아!"라고 말씀하시며 섭섭함을 드러내셨다. 자식들은 '아, 오늘도 또 뭔가 보내셨구나!' 하면서 읽기 조차 하지 않았지만 막상 뭔가를 올린 아버지는 단톡방 속 가족들이 어떻게 대답할 지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고 계셨던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리 어디서 긁어 온 글이나 이미지라 하더라도 이걸 올린 사람은 누군가가 읽고 대답하기를 기대했고, 그걸 본 사람은 '또 복붙 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종종 쓰는 'ㅋㅋㅋ'를 보냈지만 그건 애들끼리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우리 꼰대들은 '이게 무슨 예의 없는 대답이냐!'라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속에서 열을 삭힐 뿐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친한 선배 선생님이 시험기간에 부서 모임 날짜와 시간, 장소를 언급하면서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겠냐는 투로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들 확인만 하고 아무도 답을 하지 않더라는 거다. 그래서 옆에 있는 같은 부서 선생님한테 이 때 모임을 하는 게 별로인지를 물어보았더니, "아니오! 그날 완전 좋아요!"라고 대답해서 속으로 당황했다고 했다.

"내가 착각을 한거지. 직접적인 질문이 아니라 '이날 모임 괜찮을 것 같은데 다들 어떨지 모르겠네요'라는 말에 대답을 할 거라는 착각 말야. 요즘 젊은 애들은 무응답이 긍정이란 뜻인걸 내가 몰랐네. 아니면 싫은데 모임은 참석해야 하니까 무응답으로 대응하는건가...아무말도 안하니 도대체 무슨 생각들인지를 알 수가 있나."



우리 학교 담임교사들은 학급 아이들과 단체톡방을 만들어 여러가지 정보를 공유한다. 나는 이런 걸 싫어해서 단체톡방을 만들지 않았었지만, 코로나 19로 온라인클래스를 운영하다보니 단체톡방을 안만들래야 안만들수가 없었다. 문제는 내가 올린 공지 사항에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혹가다가 반장이나 부반장이 '네'라는 답을 하긴 하지만 왠지 의무감과 담임에게 느껴지는 불쌍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학급 단톡방 규정을 이렇게 만들었다.

1. 학급 단톡방 공지는 담임만 할 수 있음.

2. 네, 라는 답이나 질문 금지.

3. 질문은 개별톡으로만 가능.

이렇게 규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급 공지를 올리고 난 뒤에는 혹시 무슨 대답이라도 올라왔을까봐 계속 단톡방을 힐끗힐끗거리게 된다. 누군가가 이모티콘이라도 날리면, '이모티콘 귀엽네! 그런데 답은 안해도 됨'이라고 쿨하게 답글을 남기면서도 왠지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게 된다.



물론 단톡방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일하는 시간에는 관련된 내용을 올려야 하고 업무 시간이 끝나면 단톡방 근처에도 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내 딴에는 좋은 글귀나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올렸겠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업무의 연장선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올려야겠다고 생각이 든다면 맘껏 올리시라.

단, 내 메시지에 대해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같은 답장은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또한 나보다 한참 어린 누군가가 ㅋㅋㅋ라고 해도 당황해하거나 화낼 필요가 없다.


ㅋㅋㅋ라는 말에는 ㅎㅎㅎ라고 답을 하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어른이 메세지를 보냈을 때 ㅋㅋㅋ라고 답을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한숨만 나온다.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그들은 강의에는 출석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그들은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사랑이니 미신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그들은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오류의 화신이 된다. 그들은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창피해한다.
(중략)
그들은 부모님이나 교단으로부터 받은 학자금을 술집과 파티와 놀이에 흥청망청 써버리며, 그렇게 결국 집에 지식도, 도덕도, 돈도 없이 돌아간다.


-1311년(!) 여름, 알바루스 펠라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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