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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by 유타쌤

고등학교 남학생들은 정말로 게임을 좋아할까?


얼마 전 남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했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놀랄 것도 없다. 내 주변에 있는 남자들 중에서 칠순이 넘으신 나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다들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6-70대가 되면 공원에 둘러앉아 온라인 게임을 하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얻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만족하며 살고 있는, 쉽게 말해 '나름 성공한' 남자들은 게임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고 있을 뿐이지, 대체적으로 게임을 좋아한다. 심지어 내가 아는 한 선생님은 게임 아이템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 같아서 '한 달에 십만 원만 게임 아이템에 쓰자'라는 자신만의 규칙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남자들 사이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들, 특히 나 같은 여자들은 남자들의 게임에 대한 모습에 어이없어하거나 교사로서의 자질에 대해 의심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다. 자신의 일도 잘한다. 누구는 취미로 축구를 하듯이 그들은 취미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른들도 게임을 좋아하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떠하겠는가. 몇 년 전에 기숙사 사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기숙사는 온전히 성적으로만 기숙사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기숙사생'이라고 하면 다들 '성적 우수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성적이 높은 기숙사생들은 자유 시간에는 과연 무엇을 할까?


바로 게임을 한다.


어른들이 하듯이 그들도 게임을 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게임을 한다면, 그들은 언제 공부를 하는 것일까? 영어 상위권 남학생들로 이루어진 보충수업 시간에 이러한 질문을 하자 그들은 "참는 거죠"라고 대답했다. 한 남학생은 내신고사 준비기간에는 스마트폰을 부모님께 맡기고 아예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부모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대답하면서 게임의 유혹에서 스스로 조절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 외에 다른 학생들도 시험 전 2-3주 동안에는 아예 게임을 하지 않으며, 공부하다가 게임이 생각날 때면 시험을 잘 봐서 기분 좋게 게임을 하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생활태도가 바르거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게임을 참는다. 이런 남학생들은 대개 학생부 기록(지각, 복장 등의 규정) 역시 깨끗한데, 그 이유는 언뜻 봐도 유추할 수 있다. 그들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혀도 꿋꿋하게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해요'의 저자인 한덕현 교수는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을 막는 것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아이가 스스로 이것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통제력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조절 능력은 사실, 하루아침에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상위권 고등학교 아이들 역시 공부할 때와 게임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자기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능력은 성인인 우리조차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게다가 이런 자기 통제력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길러줘야 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보고 배우기 때문에 내 아이가 적절한 자기 통제능력을 갖기를 원한다면 부모인 나 자신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내 아이가 현재 너무 게임에만 열중하고 있어서 걱정이 되거나, 아니면 앞으로 게임에 대한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주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부모로서 자녀 앞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고 주말마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아이에게 게임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의 남편은 게임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방 한쪽에 컴퓨터 게임용 모니터를 두 개 설치해서 퇴근 후나 주말에 게임을 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통해서 아이가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지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는 겨울방학 동안 영어 책 읽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이제 공부할 시간이잖아?"라고 말해도 종종 하기 싫어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한 아빠가 책상에 앉아서 토익공부를 시작하자, 딸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빠 옆에 앉아 영어책을 읽고 있다는 말을 언니에게서 들었다. "공부하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그냥 부모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훨씬 효과적이더라."라고 언니는 덧붙였다.



둘째, 내 아이가 게임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어른들이 취미로 축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한다. 특히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본 적이 없는 어른들은 밖에 나가 놀지 않고 가만히 집에서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에 밖에서 놀았던 것처럼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논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남학생들은 대부분 자유시간에 우르르 모여 단체 게임을 즐긴다. 예전에 밖에 나가서 뛰어놀았듯이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상에서 웃고 떠드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게임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놀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셋째,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규칙을 세울 때는 아이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부모는 보통 아이가 너무 심하게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에 '~하지 마'란 식으로 규칙을 정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규칙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아이인데 그 규칙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지키기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에 아이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규칙을 직접 정하게 하고 이를 조금씩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아닌 자신이 직접 만든 규칙에 대해 훨씬 더 책임감을 갖게 되기 때문에 아이에게 규칙에 대한 주도권을 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규칙을 스스로 세워 본 아이들은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혼자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며, 또한 자신이 하는 모든 활동에 있어서 주도적이 된다.



넷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등학생들은 보통 야간 자율학습이나 학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 거의 자정이기 때문에 부모와 무언가를 함께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기숙사생이었던 한 학생은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외출을 신청했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와 등산을 가기 위해서였다. 한 달에 한 번씩 가족과 외식을 하러 나가느라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아도 되냐고 허락을 받으러 오곤 했던 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부모와 꾸준히 활동을 해온 아이들은 게임 외에도 다른 것으로부터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게임에만 빠져 있는 경우가 적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배경 덕분인지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고 자기 통제력 수준 역시 높았다.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시험 전에는 아예 핸드폰을 나에게 맡기기도 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로 유명해진 오은영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는 '오은영의 마음 처방전: 행동'이라는 책에서 "부모가 '괜찮아. 나는 너를 믿고 있어'라는 따뜻한 눈길로 대담하게 지켜봐 주면, 아이는 곧 안정되고 단단해질 거예요."라고 말했다.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무작정 소리 지르거나 강제로 못하게 한다기보다 천천히 시간을 갖고 아이와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면, 아이 역시 반드시 따라와 줄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믿음이라는 자양분을 통해서 큰 나무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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