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성장 보고서_경력 이어가기
꼬마 율이 어린이집 등원이 완료되었다. 중요한 아침 일과 하나는 끝난 샘이다. 마음 가볍게 집안 구석구석 청소기를 한번 돌린다. 색깔별로 구분해 놓은 빨래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그제야 나도 숨을 한번 돌린다.
오늘은 특별한 약속이 있어서 서둘러 외출할 준비를 한다. 오랜만에 면 티셔츠가 아닌 블라우스를 입고, 색조화장도 한다. 부스스한 머리는 고대기로 돌돌 말아 볼륨 있게 싹 묶고 먼지 앉은 반지 케이스에서 결혼반지도 꺼내 낀다. 기업의 채용을 담당하는 인사담당자에게 면접 코칭을 받기로 한 날이다.
작은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사담당자와 마주 앉았다. 준비해 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내밀었다. 코칭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기업에 지원서도 낼 기회가 주어졌기에 면접을 보는 마음으로 바짝 긴장이 되었다.
이력서에서는 최근 경력이 가장 중요해요
인사담당자의 첫 말이었다. 이력서 상의 최근 경력이라면 누구와 견주어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 중 모르는 이가 적을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장 먼저 적었다. 내 직장생활 마지막 회사이며 열정을 다 받쳤기에 업무성과에 대해 자랑할 거리도 많았다. 시작이 좋았다.
퇴사가 2년 전이면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이며 퇴사 후 육아에 전념했다. 이 부분은 굳이 감출 필요가 없지만 경력이라 말할 수도 없는 시간이다. 이력서 상에는 드러나지 않는 시간. 육아는 근로라 말할 수 없기에, 내 집은 직장이 아니기에. 살짝 움츠러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직장에서 팔팔 날아다니던 경력 12년의 나는 2년의 육아 기간이라는 시간에 가려 실력도 열정도 돋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사실 지원하시고자 하는 직무에 딱 적합한 경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나는 물론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는 거대 쇼핑몰의 입점 브랜드를 매니지먼트하는 업무였다. 카피라이터 경력에 마케팅 부서 근무의 이력을 가진 내게 딱 들어맞는 업무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했던 업무들 중 연관성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끄집어내어 퍼즐 맞추기를 하며 잘할 수 있노라 주장했다.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 중이라는 것을. 직장에 다시 나가겠다는 나의 의지를. 삼십 분간 차분한 목소리로 강력히 주장한 것이었기에. 인사담당자는 다양한 조언을 해주며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꼭 다시 경력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행운도 빌어주었다.
솔직히 나는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주부들이 쏟아놓는 무용담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된 후 얼마나 인내심이 강해 졌는지에 대하여. 같은 또래 엄마들의 고충을 들어주며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잘 헤아릴 줄 알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24시간 눈 돌릴 틈 없이 아이를 돌보며 딱딱 스케줄에 맞춰 살림을 얼마나 잘 꾸려나가는지에 대하여.
육아라는 인생 최초의 경험이 나를 얼마나 슈퍼우먼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들은 자칫 능력이 아닌 변명으로 들릴 것이라 염려했기에 마음속으로만 부르짖었다. 이제 막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엄마는 자신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직장이여 영원히 굿바이~라며 신나게 육아에 전념했던 2년이 지났다. 이제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 생겼고, 아직 갚아야 할 아파트 대출금을 남편의 어깨에 모두 얹기엔 내 어깨도 튼실한 것 같다. 군대 갔다 오니 뭐든 다 하겠더라던 남편의 말처럼 애 키우고 보니 내가 못할 일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미래에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