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움직이다

비정상

by 수요일

귀가 움직이다


회화 작품을 보는 전시회에서 눈이 아니라 귀가 움직였다. 감탄 한숨 동요, 작품이 수 세기 전의 산물인데 이 세기에 다가와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 된다

소리 없는 통성기도랄까. 월급이 들어왔음의 탄성, 스쳐가는 순간의 정체 모를 한숨이랄까, 그런 류다. 밀접한 오늘 하루의 일부분처럼 그들이 지난 옛 그림들을 걸어간다 오늘처럼 어제처럼, 내일이라도 기다리듯

내일도 그렇게 지나갈것이다. 우리 삶이란 게 금수저처럼 일상이 권태로울 순간이라도 있던가. 살아내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도착해버린 이 시간인 것이다

살아있기 위해, 라는 명제는 비참하지. 그걸 위해 많은, 더 살아있을 이유가 사라지지 않느냐. 그리고 우린 그 핑계에 아침을 기웃거리지 않고 덥썩 덥썩 맞이하니까

눈으로 봐야 하는데 귀가 본다는 게 정상이 아니야. 눈으로 느껴야 하는데 마음으로 느끼는 건 정상이 아니다. 제5 제6 제7 감각이 발달하는 거, 정상이 아니다. 히어로들이 정상이던가. 히어로는 비정상이라야 기능하는 정상이다. 불 꺼진 24시간 편의점처럼

우리는 정상적인 인간이지만 비정상을 강요받다가 비정상임을 알고 정상이 되기 위해 죽기 전에 아프다. 아프지 않고 죽는 건 이 시대를 산 사람으로선 비정상이다

눈으로 보는 전시회에서 귀가 움직인다. 나는 심각한 비정상이다. 그래서 죽기 전까지는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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