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다

질펀

by 수요일

흐드러지다



이 말을 입으로 해보면
정말 흐드러진다

꽃이 낙엽이 더위가 짜증이 기분이
모두 말이야. 모두 그냥 흐드러진다
간 사람에게도 온 사람에게도 마냥
머문 듯 흐드러진다

그 입으로 그 펜으로 그 키보드로
해보시라 \흐드러진다\ 사랑이 마음이
미움이 애정이 기쁨 슬픔 아픔 모두
흐드러진다

그렇게 우리는 통하고 있지 않을까
흐드러지며 흐트러지고 흩어지며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

나는 스쳐간 모든 흐드러짐들에
잠시 경의를 표한다
기억할 겨를도 없이 기억하고 싶은,
혹은 겨를도 없이 머물고 떠나고
혹은 다시 머문 그대여

흐드러지게 웃어보자
흐드러지게 울어보자
흐드러지게 짜증내다가 숨이 탁
멎으면 그게 바로 흐드러지게 끝이지

좋다 이냥 그냥 마냥 저냥
이 세상에선 아직 흐드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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