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시려야 겨울이다

나라 말아먹은 것들

by 수요일

몸에서 가장 무던한 것들이
귀와 간이 아닐까
어지간한 생채기가 나도
이것들은 별 반응이 없다

손이 시리면 주머니에 쿡
발이 시리면 동동거리며 뛰는데
귀가 시리면 뭘 하지
움직이지도 못하는 귀를 어쩌나
귀마개? 요다 헤드폰?

손이 시려도
발이 시려도 귀는 버틴다
버티다 버티다 손이 귀로 올라가
귀를 막는다
듣다가 듣다가 못들어줄 때
손이 귀로 올라가 귀를 막는다

아직 겨울이라기엔 이른 아직 가을
수능이라도 보는 것처럼 춥다
수능 날 추운 이유는 어머니들
자식이 시험 잘 치르기를 바라서
그 염원이 기압골을 움직인단다
지금은 무엇이 기압골을 움직일까


이것은 분노, 이것은 허탈,
들리는 뉴스마다 나라이길 포기한
미친 짓거리들 뿐이라
귀가 춥다. 가을얼음이 얼었다

들어줄 만한 이야기가 많아야
귀가 따뜻할 텐데
듣다 듣다 듣다 별 미친 것들

나라 말아먹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는 내 귀가
당신의 귀가 참 불쌍하다
귀가 시리게 추운 미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