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닭 모가지를 비틀어야 새벽이 온다

by 수요일

달력을 찢는다
한 달의 먼지가 붙었다가
와르르 떨어진다
차곡차곡 불어난
속상한 마음들이
무게감도 없이 하찮게
날아 떨어진다

지나고 나니 이러한 것이다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 감정과
일체의 고통과 배신감 같은
털어내지 못한 찌꺼기들로
나날이 꼬박 채워지다가
찢겨 텅 빈다

분노가 최선은 아니었으되
분노 말고 내밀어둘 것도 없어서
그 까실한 앙금 사이를 머뭇거렸다
화가 병이라 몸이 축나고
마음이 헐거워진다

11월아
추워도 부디 슬프지나 말자
세 번 춥고 네 번 따뜻한 이유가
견디자는 것이려니
살자는 것이려니 여겼는데
다만, 쉽지는 않겠다

우주를 겉도는 지구 한구석
망할 놈의 닭력 한 장이

방구석을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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