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전지

바꾸기

by 수요일


몸에 감긴 줄이 풀려나간다
줄에 달린 생명이 떨어져나간다
건전지 말리듯 타고난 생명은
충전도 없이 해가 갈수록 약해진다

이미 소모된 나의 생명은 아깝지도 않다
이미 사라진 나의 사랑은 아깝지 않다
나이 든다는 건 아까운 게 없어진다는 것이다
갈수록 여려지고 어려진다

건전지처럼 갈아 끼웠으면 좋겠는 것들
힘 떨어진 심장
니코틴에 찌든 폐
알콜에 굳어버린 간
스트레스로 역류하는 식도
죽어나간 뇌세포들
무능을 넘어 뻔뻔한 댓통녕

도어락 건전지가 다 됐나보다
눌러도 눌러도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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