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유감

by 수요일

택시

대학 때 제일 존경하던 스승은 수업 중에 가끔 이상한 말을 했다. 당신은 원광대를 나온 분이었는데 당시 서울대 연대 출신 교수들이 파벌 싸움을 하던 와중에도 스스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기억이 난다. 나이 칠십이 다 되어도 공부를 멈추지 않아서 이제야 촘스키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았지만 당시 시니피에 시니피앙 그분에게 촘스키를 배우고 아마도 내가 광고를 조금 더 잘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분이 시니피앙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분필을 놓고 하는 말이 당신들은 사회에 나가더라도 가능하면 1종보통 면허는 따지 말라는 거다. 저게 무슨 말이야. 흘려들었는데 나이가 오십도 중반을 지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분은 당신들은 좋지 않은 학벌을 갖게 될 수밖에 없으니 인생을 살아가며 지치고 좌절하여 도전을 포기하고 손 쉬운 길을 가기쉽다는 것이었다.

그럼 왜 1종보통 면허를 따면 안 된다는 거지. 무슨 상관이야. 어찌어찌 대학을 졸업정원제에 걸려 논문도 아닌 졸업시험을 치고 졸업한 후 군대를 갖다오고 취직을 하려다 보니 그제야 그말이 실감이 났었다.

택시 운전의 요건이 그거였구나. 그래 그분은 그런 경험이 있었나 싶다. 나도 그걸 본따서 수업 중에 강원대 학생들에게 그 말을 했다. 당신들은 면허를 따도 1종보통은 따지 말라고.

이젠 한참 지난 일이라 말하기도 우습지만 아직 살아계신다면 스승님 저는 1종보통을 갖고도 택시 운전은 하지 않았어요. 하고 자랑이라도 할 판이다.

집에서 일을 하다보면 간간히 담배를 피운다고 밖으로 나간다. 높은 지대라 길이 훤히 보이고 횡단보도를 대하는 택시의 행태가 많이 눈에 띄는데 참 개판이다. 다 그런 거는 아니지만 열에 여섯은 벼슬처럼 신호를 어긴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니 좀 봐주쇼.

먹고 살자고 어느 분은 총을 메고 독립군에 뛰어들었고 어떤 놈은 일제에 붙어서 제 민족을 핍박하고 살해했다. 먹고 살자고 한 짓이라니 나라가 민족의 나라가 됐으면 제놈 스스로 충성을 외친 것처럼 마땅히 제 목숨을 끊든가 아니면 열도에 가서 일왕에게 나머지 충성을 다 하고 먹고 살았어야지 왜 이 땅에 빌붙어서 아직도 그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

이야기가 좀 샜다만 택시들의 행태는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라고 봐주자니 기가 막히다. 나는 택시운전사도 정년이 55세라야 맞다고 본다. 아니 택시운전사라서 더 이른 정년이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택시라고 내 민족을 핍박해서 제 목숨 제 가족의 목구멍을 지킨 놈들이 아직까지도 떵떵거리며 사는 것처럼 어기고 위반하고 그래도 되는 건 아니지.

나이 들고 추해지기 전에 가는 게 내 목표다. 추해지기 전에 가야 남들이 편하고 내가 안심이다. 택시 하는 당신들 중 안심하며 운전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운전자 안심 말고 탑승자 보행자 안심 말야. 부디 좀 지키라고. 이 놈들.

작가의 이전글간헐적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