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삭제
우리는 말야.
기억하지 않으면 삭제되지 않지.
삭제되는 이유는 기억해서야.
아 이 사람이 누구였지.
아 이 사람이 그였지. 지우자.
사그라들기.
난 이것이 좋다. 얽매이고 뒤섞이고
흔들리는 것들은 싫다.
우주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렇게 사그러들며 증명하는 것
사그러든다고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드러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질
우리에게 이 세상은
굉장히도 열심히 살아있구나.
어제는 잊어
오늘은 오늘의 달이 지고
내일은 또 내일의 달이 지고
지는 동안은 내내 평안하였지.
안 그런가.
돌아오고 있다.
몸이 돌아오고 정신이,
놔버린 인연이 사람들이
비운 가슴에 가득
돌아오고 있다.
사그러드는 동안
가려진 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스며들어 있는 것들이다.
용기 희망 자존감 꿈 도전
욕망 같은
선동질 하는 단어들이
포기 좌절 절망 단절 같은
선동질하는 단어들을 견디며
스며들어 있다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난다는 것이다.
사라질 듯 스러질 듯
그러나 흐릿하게라도
간헐적 삭제를 비켜내며
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