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

구린내

by 수요일

비린내

내가 세상에서 가장 견디지 못하는 냄새가 비린내이다. 연안부두의 그 비린내, 숨도 못 쉬게 하는 그 냄새는 같이 갔던 친구들에게 무안할 만큼 무기력한 내 실제를 보여줬던 순간이었다.

당연하게도 혀는 코만큼 비릿함의 레벨 따위 없이 가장 초등 단계의 비린 맛에도 바로 뒤집어진다. 토가 올라온다든지 입안의 것을 무례하게 뱉어낸다든지 혹은 어쩔 수 없는 자리라면 기어코 삼킨 뒤에 곧이은 역겨움을 못 참고 토하러 튀어나와야 하는 실례를 범하게 한다.

비위가 약해서다. 나는 입으로 먹기 전에 먼저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이로 씹기 전에 먼저 마음으로 씹는다. 이것은 단지 비린내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그러한 듯하다. 봐서 반듯한 사람에겐 내 모든 걸 다해서 잘해주려고 하지만 영혼 없는 감사, 뻔한 고마움, 속이 드러나보이는 미안함에는 나도 모르게 비위가 상해서 그만 왝왝거리다가 들켜서 그 일을 혹은 그 일에서 짤렸다. 오래 전엔 그랬다.

인간이라고 다 인간은 아니다. 인간인 척하는 구린내나는 짐승들에게는 나 역시 인간이 아니라 써먹고 버려야할 또다른 소모품인 것이다. 지금도 나는 그 소모품이 되어 이용당하고 있다. 사는 게 참 비려.

이 돼지고기는 젓갈을 찍어먹는대서 망설였는데 뭐 먹다보니 먹을만 하다. 이것 역시 나이 든 또 하나의 사인이다. 나이 들면 뭐든 변해. 예전 팔팔할 땐 이용해먹으려는 것들에게 소리 지르고 비웃어주고 짤리고 면상에 욕하고 튀어나오고 이랬는데 말이지.

요즘은 어 그래. 하하하. 내가 더 잘해줄게. 미안해. 이런단 말이지. 그래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뻑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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