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짓다
새 얼굴을 짓다
지난 밤 난, 눈도 없고 코도 없고 귀도 없이 너를 맞이하였다. 공기에 스민 느낌에 누군가 있구나, 살갗까지 마중나온 심장이 두근두근 인사를 건넨다. 눈이 없어 보지 못한 너의 눈. 입이 없어 하지 못한 나의 말. 귀가 없어 듣지 못한 너의 속삭임. 손이 없어 만지지 못한 너의 숨.
무언가 없다는 결핍이
이렇게나 다행이다.
네 눈동자엔 내 얼굴이 없었겠지. 하지 못한 말은 안 해서 다행이지. 듣지 못한 말은 듣고 싶지 않은 말. 닿지 못한 얼굴은 싸늘할 거야. 발이 없어 따라나서지 못한 것도
다행이다.
얼굴 잃은 어제와 이별 하고 얼굴 없는 오늘에게 새 얼굴을 줘야지. 밤마다 어제의 얼굴을 지우며 아침마다 오늘의 얼굴을 지으며 기억 없는 눈을 뜨는 나는
그러니 이 얼마나 다행이야
오늘도 밤을 넘어 아침에 살아 남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