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다.
구멍으로
꿰면 꿸수록 구멍은 인생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조여지고 여며지며 단단해지다가 어느새 헐거워지고 마침내 버려진다. 그래서 사람은 새 옷을 사듯 새 사람을 만난다. 뻑뻑한 구멍이 자신을 다시금 조여줄 것처럼. 버려진 사람은 기억 밖에서 사라진다. 좀처럼 헤어지지 못하는 나는 늘 버려지지만 버린 적이 아주 없지는 않다. 내가 버린 것은 결국 버려지지도 못할 만큼 망가져버린 다음의 나 자신. 구멍으로 진다. 질 때마다 구멍을 본다. 지는 동안 구멍을 보며 질 때까지 구멍에 머물다가. 스스로 무너. 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