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나이가 됐다
끊기 좋은 나이가 됐다.
난 중독이 잘 안 되는 체질인거였다. 확실히 그렇다는 걸 몰랐을 때는 언제나 끝이 없을 것 같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그 이별들이 끝도 없이 슬퍼지기도 했거니와,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어야 했다. 그 상실은 마땅히 대가로 나에게 주어진 것들임에도 주머니에 넣어두지 못해 가버린 너희들처럼 내 손을 떠나 다른 주머니로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중독되지 않음을 알고 나니 다소 허무하기도 하다. 30년을 피운 담배를 끊는다고 애를 쓰지도 않고 그냥 안 피운다. 18시간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탄 것처럼 담배와 멀어지는 그 순간마다 마치 전쟁이라도 나가듯 단단히 마음 먹고 했는데 지금은 며칠을 비행한다고 해도 편안하다. 그때는 그게 맞았다. 담배를 피우는 나에게 성실한 것. 지금은 이게 맞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아쉽지 않다.
다만, 이렇게 이별이 쉬워지니 더는 이별할 일이 안 생기는 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