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의 개인

매몰되어 헤어나오지 않다

by 수요일


전부의 개인

그때는 그랬다. 귀싸대기 때리는 담임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얼마나 미워했던지 꿈에서도 나와서 귀싸대기를 때리더라. 근데 학교 밖에서 지나가다 우연히 본 그는 콩나물 한 봉지를 사들고 가던 중년의 배나온 아저씨였다.

그때는 그랬다. 내 아이디어를 까내리는 선배가 왜 그렇게 싫었는지 술만 마시면 아마도 쌍욕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근데 그가 다른 회사로 돈을 더 받고 가니 이직할 때 내가 먼저 연락해서 물어보더라.

그때는 그랬다. 나보다 실력 없다고 생각하는 팀장을 싸고 도는 사장놈이 미웠다.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돌이켜 보니 그도 짤리고 난 후엔 별 볼 일 없는 영감이었다.

전부의 개인은 개인의 전부가 되어버인 개인들을 미워하며 전부 속에서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몸 달아 하고 애가 끓고 속이 탄다. 이제 나인 내가 된 나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아는 나는 그런 글이나 그런 남들의 모습에 시큰둥하다가,

어느새 다시 전부의 개인이 돼있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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