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스페이스
스페이스
커튼을 열면 한복판에 우체국이 보이는 방. 이리로는 네 걸음 저리로는 다섯 걸음이면 닿는 공간, 칸트는 공간이란 없는 것을 존재케 하는 무엇이라고 했다지만 이 공간은 눈 돌려 숨을 곳 없는 좁다란 시간의 스페이스.
페이스북은 링크로 사기치고 트위터는 미사여구로 사기치고 인스타그램은 행복으로 사기치고 나는 그 모두로 사기치고 가을은.
정직하다. 가을.
좁아서 생각나기 시작하면 숨을 데도 없고 좁아서 하루가 전부인 작은 방에서 삼 년 째. 이제 낯익어버린 생을 이어간다. 그 생마다, 그 지나간 자리마다 기억은 가을 땅거미처럼 내려 앉아 별이 되어 떨어지지만 좁은 이 방이 얼마나 넓은지 나는 아직도 다가오는 일출에서 달아나지 못하고 있다.
부러움은 부러움이 아니라 오해. 오해가 아니라 착각. 착각이 아니라 사기. 사기가 아니라 고백. 고백이 아니라 푸념. 푸념이 아니라 설렘. 설렘이 아니라 가을, 가을의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