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이상하지 않은

날씨 한 끼

by 수요일

이상하게 이상하지 않은


비가 내리는 건 아니고 구름이 내려. 말하자면 '우산으로도 피할 수 없는 비'라는 거.

구름이 나를 건드리고 지나간다. 아니 내가 구름을 건드리러 들어간 거지. 물방울들이 나라는 암초를 피해서 흘러간다. 바람을 타고 가는 걸거야.

잠시였는데 머리에 물이 맺힌다. 옷에 물이 배인다. 한 시간 가랑비 맞은 듯 축축하다.

구름 속에 사는 사람들에겐 물고기가 뭍에서 숨 쉬는 게 당연하겠어. 이상하게 이상하지 않은.

이런 날은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게 이상하지 않은. 예를 들면 말이야 내가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도 있다. 살다가 만나는 우연 중 행복이 끼어드는 날. 그런 날은 무척 드물어서 이상한데 구름 속에 서있자니 이상하게 이상하지 않다. 우산으로도 피할 수 없는 비처럼 불행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이상한. 이상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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