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가성비

허무 한 끼

by 수요일

바람의 가성비


심심할 틈이 없는 삶. 밋밋하고 사소한 사건들에 둘러싸여 지나 온 시간. 좋은 기억이었더라도 지금은 없는 기억이고 나쁜 기억은 살충등에 나방 터지듯 소스라치게 기억나 기분 나쁘게 한다.

나의 사랑에도 가성비가 있었을까. 나는 사랑을 효율적으로 하였나. 기억하지 않기로 하자. 효율적이었어도 그렇지 못했어도 돌이키면 모두 신기루.

반 년이 가고 있다. 올해의 1년은 어떤 기분으로 끝나게 될까. 미리 당겨 생각해보니 조금 더 잘 살아보자는 마음이 든다. 라지만 마음 대로 되나. 되는 대로 삶 되는 대로 사랑.

바람은 남산을 파랗게 물들인다. 하늘은 구름으로 막혔어도 타워의 불빛은 먼지 적은 파랑. 한낮 조금을 빼고는 숨쉬기 좋은 날들이다. 요즘은. 바람 가득.

비가 더 왔으면 좋겠다. 방충망과 덧창에 비둘기가 내지른 배설물이 싹 쓸려나가게. 닦아내지 않으면 저 독한 배설물이 방충망을 뚫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럼 더 많은 모기가 들어오겠지. 내년 장마 때까지 내버려둘까. 뚫린 방충망은 막으면 되니까. 바람이 비를 도와 날뛰면 샤워기처럼 씻어버릴 수 있으리라. 똥찌꺼기도. 마음찌꺼기도.

비둘기 똥은 잘 안 닦인다. 더구나 그물처럼 촘촘한 방충망의 그것은. 어떻게든 닦아내는 게 가성비가 좋은가, 방충망을 수리하는 게 더 가성비가 좋은가. 사람의 마음을 닮은 비둘기 똥.

바람의 가성비는 먼지를 밀어내는 것일까. 마음을 흔들어대는 것일까. 가성비가 좋다는 건 흡족하다는 것인가 적당하다는 것인가. 가성비 좋은 사랑은 흡족한 사랑인가, 담담한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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