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지 않는 창

아침 한 끼

by 수요일

열지 않는 창


창 너머 은행나무에 은행대신 참새가 열렸다. 참새들이 은행나무에 숨어서 자글자글 짖어댄다. 달랑거리던 잎파리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참새 탓이 아니다. 춤추는 비 탓 날뛰는 바람 탓이다. 아니 단지 상상이다. 열지 않았기에 소리만으로 봐야 한다.

열지 않는 창이 있다. 죽은 벌레들의 무덤. 나는 그들의 맹렬한 삶을 기리기 위하여 아직은 치우지 않기로 한다. 가끔 거센 바람이나 비가 들이치면 먼지들이 풀썩인다. 아침보다 낮이 낮보다 밤이 뿌옇다. 먼지는 혀에, 목에 허파에, 심장과 발바닥에 고통을 일으킨다. 아니 사실은 내가 낡은 탓이다. 시간이 낡아 닳고 얋팍해진 탓이다. 먼지는 늘 그저 먼지였지.

고인 물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며 걷는다. 곳곳 가라앉은 보도블록을 지나자면, 군데군데 빙산처럼 드러난 섬을 밟아야 한다. 우산을 비껴 들고 더듬더듬 걷은 일이 마치 남들에게 마음을 들키는 것 같다. 그래, 마음을 내보이는 일은 열지 않은 창을 열듯 조심스러워진다. 먼지 잔뜩 먹을 생각, 죽은 벌레의 시체 몇 마리가 입으로 들어올 것 같은 두려움.

열지 않는 창은 게을러서 그렇지. 아니, 열지 않으면 어떤가. 마음속에 하나쯤 열지 않는 창을 갖고 죽어도 좋지 않은가.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그 창은 내내 상상 밖에 닫아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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