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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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잠시 후 크리스토퍼가 그대로 앞으로 엎어졌다. 아놀드가 그런 그를 잠깐 바라보더니 손가락을 탁 튕겼다. 집사가 시종들과 함께 들것을 들고 와 크리스토퍼를 옮겼다. 마르코가 방을 나가는 크리스토퍼를 끝까지 따라가며 보았다.
- 자, 우리는 오늘을 즐깁시다. 하하하하하하
아놀드가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좌중을 주도했다. 크리스토퍼야 어찌 됐든 현재는 아놀드의 세상이었다. 시종들이 분위기에 맞는 술과 안주를 들여왔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문득 아놀드가 마르코가 안 보이는 걸 발견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아놀드가 집사를 불렀다. 한 시종이 들어와 집사가 크리스토퍼를 처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말을 전했다.
잠시 생각하던 아놀드가 컨트롤 패널을 열어 저택 사방의 카메라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15명의 이사들이 책상 앞에 둥그렇게 보여 아놀드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치를 계속하던 아놀드가 한 화면에서 카메라를 멈추고 확대라고 했다. 곧 하나의 작은 모니터가 확대되어 입체 화면으로 바뀌어 공간을 차지했다. 화면에는 누군가를 업고 달리는 집사가 보였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집사가 업은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조하며 달리는 마르코가 보였다.
- 더 크게.
아놀드가 지시하지 화면이 더욱 확대되며 업힌 남자의 흔들거리는 알굴에 초점이 맞춰졌다.
- 헉
누군가가 헛숨을 들이켰다. 아놀드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전투봇들에게 명령했다.
- 가서 잡아!
저택의 사방에서 로봇들이 솟구치는 모습이 모니터에 보였다. 아놀드도 서랍에서 무기를 꺼내들고 뛰쳐나갔다. 곧바로 전투봇들이 세 사람을 둘러쌌다. 하지만 집사가 품에서 패널을 꺼내어 뭔가를 누르자 전투봇들이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1실신2도주자가 자리를 떴지만, 곧바로 저택에 설치된 침입자 퇴치용 자동 방어 무기 시스템에 발이 묶였다.
- 야 토미 이건 또 뭐야?
- 마르코 형 아 진짜! 이건 나도 안 돼. 이게 내가 말한 그거라고!
집사가 가까운 나무 뒤로 숨으며 소리쳤다. 집사와 크리스토퍼에게 집중되는 공격을 분산하려고 뛰쳐나간 마르코가 방어 무기의 무차별 공격에 다급히 가까운 조각상 뒤로 숨었다. 무기가 그 조각상을 박살 내자 연이어 후퇴하며 집사가 있는 나무 뒤까지 밀렸다.
공격이 멈췄다. 그들이 물러난 곳은 무기의 사정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마르코가 돌을 주워 앞으로 던지자 바로 불을 뿜는 무기의 공격에 돌멩이가 박살이 났다. 불과 30cm 차이로 일단은 안전했다.
잠시 소강상태가 지속되며 대책을 마련할 때 마르코들이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 아놀드가 도착했다. 아놀드가 나서서 말했다.
- 막대한 유산을 물려줬더니 기껏 배신하는가?
- 배신이 아니라 신의를 지키는 거지.
- 죽일 때는 언제고 신의를 찾나? 취미가 참 희한하군.
- 굳이 죽일 필요가 있나? 당신은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았어. 뭐가 더 아쉬워서 목숨까지 빼앗으려 하지?
- 집사! 어차피 그는 행복하게 죽어. 해피엔딩을 먹은 자는 절대로 살릴 수 없는 걸 모르는가?
- 내가 먹인 것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수면제입니다. 아놀드 장관.
집사의 그 말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아놀드가 크게 웃었다.
- 크하하하하. 그를 죽이려는 계획에 동참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무슨 헛소리냐?
- 그를 보내줘라. 그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위협조차 안 될 거라고!
- 위협이 되고 안 되고는 내가 결정한다. 넌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되고.
- 못 하겠다면?
피융 바라라라랏
콰아아앙
아놀드가 무기를 발사했다. 마르코와 집사, 크리스토퍼가 은폐하고 있던 나무 모퉁이가 산산조각으로 흩어졌다.
- 그냥 당할 거 같으냐?
피융 파파파파파파
마르코가 무기를 발사하자 아놀드의 곁에 있던 조각상의 팔이 날아갔다. 아놀드가 다른 조각상 아래로 피하며 무기를 쏘았다.
피융 피융 파라락파라라락 퍽 퍽
파괴 광선이 근처의 조각상을 박살 내며 서로를 위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르코의 작전은 조금씩 들어맞고 있었다. 마르코는 집사에게 눈짓하고 일부러 원을 그리며 피해 아놀드가 방어 무기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에 놀란 아놀드가 컨트롤 시스템에 명령하지 않았다면 아놀드의 머리가 조각상처럼 부숴질 뻔했다.
- 방어 시스템 해제!
아놀드를 향해 금방이라도 무서운 광선을 발사할 듯이 노란빛을 모으던 무기들이 작동을 멈췄다. 그때 마르코가 아놀드를 향해 무기를 발사하며 외쳤다.
- 지금이야 톰. 달려!
- 어림없다!
아놀드가 맞대응하며 집사를 향해 무기를 쏘았지만 곧이어 마르코의 무기가 자신을 향해 불을 뿜자 몸을 굴려 공격을 피했다. 그 틈을 타 집사가 크리스토퍼를 업고 죽으라고 달려 아놀드의 공격권을 벗어났다. 아놀드가 그런 집사를 향해 무기를 쏘려고 했지만, 마르코가 방해하자 하는 수 없이 공격을 피해 숨었다.
- 방어 시스템 가동!
한동안 피하는 것 같던 아놀드가 갑자기 시스템 가동을 명령했다. 축 늘어져 있던 무기들이 갑자기 머리를 쳐들더니 사정권 안에서 달리던 집사와 크리스토퍼를 향해 무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 헉!
마르코가 당황한 눈으로 집사를 뒤쫓았다. 공격에 당했는지 무릎이 픽 꺾였던 톰이 다시 크리스토퍼를 들쳐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피융!
다시금 그들을 향해 무자비한 파괴 광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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