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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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네요.
컨트롤 룸의 문을 들어서며 에밀이 감회를 발보다 먼저 늘어놓았다. 15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센터다. 센터 담당자는 에밀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었는데 랜디가 들어서자 느닷없는 방문자에 당황하다가 에밀을 보고는 다가와 굳은 포옹을 했다.
- 어서 오세요. 에밀 할아버지.
부모가 누군지 어떤 환경인지도 모르면서 아이는 태어나고 원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듯 이곳도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더 이상 가족의 동면 유지 비용을 대지 못해 나가고 누군가는 그대로 삶을 이어가지 못해 잠든 채로 나간다.
또 다른 누군가는 중력을 견디지 못해 영원할지 모를 잠을 청해 들어오고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이유로 잠을 청한다.
22커뮤니티 동면 센터는 여전히 평온과 고요를 덮어쓴 말 없는 시신들처럼 잠든 자들의 표정 없는 절규와 숨죽인 함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고 있었다.
에밀이 랜디를 담당자에게 소개하고 간단한 인사가 지나갔다. 22커뮤니티 동면 센터의 기록상 담당자는 에밀 아이렌.
그가 담당자로 배정받은 지 150년이 지났지만, 연방에서는 새로운 담당자를 파견할 생각은 못 했던 것 같다. 정규적으로 보고가 딱 맞춰 올라왔고 그 모든 것들이 인간이 아닌 컴퓨터에 의해 진행되었기에.
인간이 150년 넘게 생존해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센터는 대대로 아이렌 집안에서 가장 수재인 아이들에게 이어졌다. 담당자가 된 아이렌은 원래의 이름이 무엇이었든 에밀이라고 불렸는데 한 에밀이 25년간 센터를 맡게 되며 지금의 에밀 아이렌은 제7대 에밀인 셈이다. 에밀은 에밀에게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빠진다. 아이렌 집안에서 센터 담당자가 된다는 것은 무척 영광이었기에 이러한 세습은 오히려 아이렌들의 가문을 보다 영민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초대 에밀이 7대 에밀에게 깨워야 할 명단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패널을 열어 동면을 해제할 명단을 컴퓨터에 전송했다. 컴퓨터가 명령 확인을 마친 후 각각의 어드레스에서 동면 튜브를 추출하여 컨트롤 룸의 대기 공간으로 이송했다.
신이 인형의 인간에게 숨을 불어넣듯이 해제 프로세스가 차례로 가스와 보존 액체를 빼내고 나무처럼 고요한 육신에 바이탈을 부여했다. 돌아올 준비를 마친 튜브로부터 캡슐이 분리되고 맥박이 돌아오며 호흡을 시작했다. 동시다발적으로 10개의 튜브에서 동면이 해제되는 광경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 아 이 부분은 정말 잘 개선이 되었구나. 49개 프로세스를 7개로 바꾸어내다니.
- 네. 기술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동면에 들어가는 과정도 그만큼 줄어들었어요.
- 와 이건 정말 생각만 했던 건데 실현이 되었군요!
- 아! 저도요!
엘리가 깨어나 금세 심신을 추스르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에밀과 엘리는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알고 활짝 웃었다. 다만 엘리의 얼굴엔 그늘이 있었는데 바로 언니 때문. 아페가 분명 언니도 이 센터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못 찾고 있다. 에밀이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이어서 마르코, 켈리가 돌아왔다. 그리고 깨어난 크리스 주니어가 에밀, 엘리와 인사를 나누고 랜디와 머쓱한 인사를 나누었다.
- 케이트 언니?
- 재클린?
아이렌 자매(자매는 동면에서 깨어나 컨트롤 룸을 산책하듯 걷다가 마주치고 서로 바라만 보며 울었다.)의 만남은 모두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 만남은 도대체 몇백 년만인가.
15인의 옛 크리토레스 이사들도 차례로 눈을 떴다. 이들은 이미 150년 전에 깨어났을 때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랜디에게 사과의 마음으로 앞으로의 모든 일에 협조할 뜻을 밝혔었다. 그리고 랜디가 양해를 구하고 다시 잠들게 했다. 모든 이들이 시간을 관통하는 만남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을 때 엘리와 랜디만이 이룬의 캡슐 앞에서 시간 사이에 함께 멈춰있었다.
엘리는 아이렌 자매의 만남을 보며 언니를 떠올렸다. 이곳, 22커뮤니티의 동면 센터에 있다고 했다. 물론 희대의 악당 아페-아놀드 페이로드-의 말이었지만 그나마도 마지막 기대를 남기게 하는 희망이었는데 언니는 아직도 어드레스를 찾지 못해서 만남은 150년 후까지 미뤄진 것이다. 동면에 든다고 해서 불사는 아니다. 자칫 사소한 문제로도 센터 내의 그 누구도 생명을 부지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엘리가 아닌가.
한편 보급기지 행성에서 이룬과 재클린도 갤럭시 브레이커 모선에서 탈출에 성공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랜디는 이룬과 재클린이 담긴 소울 디스크가 떨어진 지점을 찾기 위해 겪었던 그 숱한 죽을 고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때맞춰 날아온 에밀이 아니었다면 랜디도 이룬도 재클린도 좌표 상의 코드로만 존재하는 어느 보급 기지 행성의 먼지가 돼 있을 것이었다. 랜디의 마음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그 시련을 다 견뎌내고 찾아온 이룬이… 이룬만이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오직,
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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