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크리토레스면 뭐 완전 끝판왕이지

by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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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토레스 스테이션이 위치한 거리는 신연방에서 가장 화려한 번화가였다. 많은 사람이 일과 후의 여가를 즐기러 거리로 나왔다. 메인 스트리트 이곳저곳엔 초대형 스킨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는데 밤이 내려오면서 더욱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킨 스크린에는 지금 한창 진행 중엔 신 지구 연방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영상이 번호 순서대로 뜨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 맘길을 끌어모았다.


단연 거리의 화제는 대선이었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모여 스킨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가 레드바인을 질겅거리며 그중 하나의 스킨 앞에 섰다. 그 스킨에는 후보자의 약력과 경력, 그리고 대표적인 공약이 뜨고 있었다. 남자가 그곳에 나오는 후보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다른 남자가 캐리어와 함께 다가왔다.


- 아페 돌란트. 아니 아놀드인가요? 결국은 출마를 했군요.

- 안 할 이유도 없지. 모두를 깨울 때가 됐군.


아페 돌란트가 동면 센터에서 달아난 이후 갤럭시 브레이커의 함선 하나를 이용해 지구를 소멸시키려고 했다. 갤럭시 브레이커는 대 항성 파괴 무기를 발사했지만, 간신히 타이밍에 맞춰 세 개의 달 중 하나를 이동시킨 엘리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충분한 에너지를 모으지 못한 강력한 파괴 무기는 달 하나만을 폭파하고 끝났다. 마지막 갤럭시 브레이커는 연방군의 공격에 소멸하였다.


모두 이제 모든 게 정리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엘리가 한 가지 의문을 제시했다. 상황에 쫓겨 놓치고 있던 가장 원초적인 궁금증. 아페 돌란트는 과연 누구인가? 그 마지막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해보았지만, 막대한 정보가 담긴 자신의 브레인 디스크 그 어디에도 아페 돌란트라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아페 돌란트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 아니냐는 것. 그렇다면 파괴된 갤럭시 브레이커의 함선에서 그가 과연 마지막을 맞이했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파괴된 갤럭시 브레이커의 잔해를 샅샅이 조사했지만 아페 돌란트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 어디에도 그의 자취는 남아있지 않았다. 랜디와 에밀은 동면과 해제를 반복하며 신 지구 연방의 많은 별을 찾아다녔다. 그들은 끈기 있게 아페의 흔적을 찾아 추적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서 바로 신 지구 연방의 핵심 행성인 신 지구에서 그를 찾아낸 것이다. 그 두 남자는 바로 랜디-크리스토퍼 토레스-와 에밀 아이렌이었다.


랜디가 후보의 영상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캐리어가 그 뒤를 졸졸 따라가고 에밀도 발걸음을 돌려 따라가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그 스킨의 후보 얼굴을 슬쩍 보았다. 그 얼굴 아래로 그가 내세운 공약이 지나가고 있었다.


기호 3번 아놀드 페이로드

전 연방 재정 장관

현 크리토레스 이사회 의장


대표 공약 :

중력 돔 거주 시민 전원 부유 돔 이주 프로젝트 시행.


그를 스쳐 지나가는 두 여자가 스킨을 보며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 누구 찍을 거야?

- 당연히 3번이지! 우리 모두를 부유 돔에 살게 해주겠다잖아. 그보다 좋은 공약이 있어?

- 그건 그래. 그거 하나만으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거 같더라고.

- 당연하지. 그거야말로 누구나 바라는 일이잖아.

- 근데 진짜 그게 가능하긴 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부유 돔에 들어가려면 백 년을 벌어도 안 된다는데 말이야.

- 가능하니까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겠지. 저 사람이 누구야. 크리토레스 의장이잖아!

- 하긴… 그거 하나로 바로 납득이 되네. 크리토레스면 뭐 끝판왕이지.


앞서가던 랜디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나갔다. 때마침 늘어선 스킨 사이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흩어져 날리는 눈발이 스킨의 화려한 빛을 반사하며 무지개처럼 빛나고 있었다.


#갤럭시브레이커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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