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기다리다 우울해진 달에게

밤 한 끼

by 수요일

해를 기다리다

우울해진 달에게,



빛은 잘 보라고 있는 건데
그 빛에 사라지는 것들과 이야기를

나누자면,


다가가 모퉁이를 돌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가로등 곁 담 밑

달의 뒷면 같은 존재들.
투명망토라도 쓴 것처럼 막막한

빛속으로 맥 없이 사라지는 일.

아침을 맞은 늙은 남자에게,

나의 그리움은 안길 만한 것이 아니야.
사납고 깊어서 다가오면 소름이 돋게

3층 개처럼 물어 뜯는다.
손가락으로 더듬어 맞닿으면

소스라칠 차가운 이빨을 드러내며.

아침이 시작되고 남겨진 개에게,

3층의 개가 짖어.

주인은 오늘도 개만 남기고

빛 속으로 사라진다.
복도에 남은 울음은 싸늘하고 어두움.
밤 사이 따뜻함으로 부족한 걸까,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떠도

돌아오지 않는 주인에게 닿으라고

어둠 속에서 내내 짖어댈 거야.

건너 집 정원에 혼자 남은 비둘기에게,

몰려다니는 무리에서 떨어진 거야?
밀려다니다 떨어져 나온 거야?

날개를 두고 걸어다니는 건 슬픈 일.
날지 않으려면 나무를 구해 집을 지어.
도시의 땅은 임자가 있으니
날개가 꺾였어도 월세는 내지.

누가 달의 뒷면을 본 적이 있나,

햇살에 쏘여 쓰러진 당신,
등 토닥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모퉁이를 돌아 막막한 빛속에
투명인간처럼 존재하다가
해가 돌아가면 무심코

돌아오는 어둠처럼 돌아오겠지.


빛은 보라고 있는 것인데

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지천이지.


해가 돌아오면 보이지 않을

빛 속의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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