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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군중이 모여 아놀드의 연설을 듣고 때론 환호하고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새로운 연방 대통령은 아놀드가 가장 유력하다는 뉴스가 모든 언론에 도배 된 것처럼 깔렸다.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은 그 후광에 점점 빛을 잃고 있었다.
연설이 끝나고 아놀드가 지지자들과 하이파이브 하며 행렬을 지나갔다. 그 행렬의 뒤쪽, 모자를 눌러 쓴 세 사람이 그를 보고 있었다.
- 정말 가드가 너무 많네요. 대충 봐도
- 몇 명이나 보여요?
마르코가 가늠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군중 사이에 섞인 가드를 훑어내고 있었다. 마르코의 눈에 담긴 나노캠이 현장을 센터로 전송했다. 엘리가 그 영상을 받아 브레인 디스크의 인명 데이터를 대조해서 가드일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가려냈다.
- 세상에… 저게 다 가드?
- 맞아요. 분명 가드거나 혹은 가드 경력이 있는 특수요원들이네요.
화면 가득 띄워진 얼굴은 각양각색의 전직 특수 요원이거나 현직 보디가드만을 가려낸 것으로 수가 백 명도 넘어보였다. 크리스 주니어가 그 모습에 기가 질렸고 엘리가 받아서 보충했다.
저걸 무슨 수로 잡아
크리스 주니어가 중얼거렸다. 엘리가 크리스 주니어가 아놀드에게 저걸이라고 표현하자 새삼 쳐다본다. 크리스 주니어가 그 모습에 뭐요! 하지만 엘리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냥 웃어넘긴다.
- 무슨 방법이 없을까. 저러면 벌을 주긴커녕 가까이 가지도 못하겠네.
- 돈의 힘인가요…
같은 고민은 현장에서도 하고 있었다.
- 근데 형. 저걸 무슨 수로 잡아?
집사가 마르코에게 투덜거렸다. 셋이 아놀드의 호위 행렬을 뒤따라 가며 어쩔 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크리토레스 이사회에 간 인원들이 이사회 접수 완료! 라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
- 일단 돈줄은 잡았고
마르코가 차에 타는 아놀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집사가 택시를 불렀다. 셋이 택시를 타고 아놀드의 차를 뒤따라 갔다.
블랙 브레인 디스크에 담긴 토레스의 기밀 프로젝트 결제용 사인은 무슨 수를 써놨는지 아무리 아놀드라도 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기존에 마르코가 제공한 기밀 사인은 오리지널 사인을 복제한 것으로 중요한 보안 코드가 제거된 상태로 전달된 것이라 결국은 아무 쓸모도 없었다.
아놀드가 잠시 집권 했거나 아놀드의 허수아비가 집권하는 몇백 년간 기밀 사인이 재현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때문에 주요 기밀 프로젝트는 기약 없이 보류된 상태였다. 무슨 짓을 해도 메인 컴퓨터는 랜디-크리스토퍼 토레스-의 사인이 없는 한 프로젝트를 오픈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누구도 그 프로젝트를 수행할 자격이나 조건이 완비되지 않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엘리, 준비 됐나요?
엘리의 커뮤니케이션 포트로 랜디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 네. 그쪽 미디어 관제 센터는 이제 제 거예요.
- 네 그럼 잘 부탁합니다.
- 그럼요! 저 누군지 아시죠? 엘리랍니다!
크리스 주니어가 그런 엘리를 보고 놀란 얼굴로 말했다.
- 엘리는 윤리 책 속에서 석화된 캐릭 아니었어요? 탈법도 열성적이네요?
엘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 윤리?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 엘리 선배!
- 나 엄청 윤리적이거든요? 당장 사과하세요!
크리스 주니어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 개인적으로는 사과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선배니 사과합니다.
전원이 모인 이사회에서 허수아비 회장이 결제 사인한 기밀 문서가 또 다시 메인 시스템에서 승인 거부되었다. 된다고 해서 벌인 쇼였는데 또 실패한 것이다. 시스템 에러인가 했지만 시스템 엔지니어는 시스템이 정상이라고 알려왔다.. 결국 프로젝트에 관련된 다수 행성의 대표자와 기업 대표자가 불만을 터뜨렸다.
- 해주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하세요!
- 이거 뮙니까? 너무한 거 아닙니까?
- 의장님. 이러면 우리는 크리토레스 지원 계획을 철회해야겠군요.
그동안 쌓인 을의 서러움과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리기라도 하는 듯 사방에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 잠시만요. 잠깐. 뭔가 오류가 있나봅니다. 곧 해결할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만!
그 때 회의장의 불이 모두 꺼졌다. 분노가 도를 넘어 터지려는데 벌어진 일이라 사람들이 순간 긴장해서 눈만 희번덕거릴 뿐 내재된 의도를 파악하느라 침묵이 이어졌다. 그 때 회의장 중앙 초대형 스킨 스크린에 랜디의 얼굴이 나타났다.
- 어? 저 저 사람은 의장?
- 귀신이야? 죽었다며?
- 토레스 의장!
동면을 몇 번 거치며 지금까지 살아있는 몇몇 이사가 랜디를 알아보고 경악했다. 랜디가 잠시 회의장을 둘러보더니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 모습에 이사들은 물론 가짜 아놀드 의장도 숨을 죽이고 그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 시스템!
랜디가 메인시스템을 불렀다. 모두들 누구는 놀라고 누구는 당황하고 누구는 설마! 하는 모습으로 회의장 중앙의 시스템 스테이지를 내려다 보았다. 메인시스템이 스크린에 음성 인식을 위한 암호를 끼워 맞추는 그림이 나타났다. 하지만 정확히 맞은 것인지 인식을 거부한 것인지 알아볼 방법은 없었다. 랜디가 다시 시스템을 불렀다.
- 헤이 시리스, 나를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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