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말…콤?

by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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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뭐지?

- 누가 왔나 보다.

- 아놀드? 여길? 왜?

- 제 발이 저리는가 보지.


얼굴이 드러날까 봐 모자를 고쳐 쓴 마르코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 에이 형 A형 맞지? 저어 멀리 있는데 뭘 벌써 그래? 소심하게?


마르코가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쉿! 이라고 하고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 저 정도 인물이 뜨면 인공위성 상시 감시인 거 몰라?


아! 하며 집사가 수긍하더니 대충 걸친 모자를 쿡 눌러 썼다. 두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며 나무들의 그림자를 골라 밟으며 22커뮤니티의 동면 센터로 가는 가로수 길을 걸어갔다.


머리나 풀자고 커뮤니티의 바에서 술을 마신 후 비행정을 부르자던 집사를 끌고 굳이 걸어서 가던 마르코였다. 정리가 필요했다.


센터로 가까이 갈수록 경호 인력은 배로 늘어나고 있었다. 결국, 센터로 들어가는 걸 포기한 두 사람이 길가에 세워진 공용 비행정 정류장으로 몸을 숨겼다. 퇴근 시간인데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 진작 알아챘어야 했는데…

- 엘리나 에밀과 다른 사람들은 무사할까?


집사가 센터에 남아 아놀드 공략법을 짜내던 엘리와 에밀, 크리스 주니어와 재클린, 언니 케이트와 마르코의 아내 켈리 등을 걱정했다. 마르코와 집사의 가족은 전부 그 안에 있었다.


그리고 기존 그룹에 새로 합류한 반 아놀드 그룹 30여 명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동면에서 해제된 사람들까지 100여 명이 머물고 있었는데 센터 쪽에서는 개미 한 마리 빠져나올 틈 없이 촘촘히 연방 군 병력이 지키고 서 있었다.


- 아니 아직 당선된 것도 아닌데 연방군이 움직인다고? 저 연방군 사령관이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벌써 줄을 대냐…

- 어쩔까?


말은 묻고 있었지만 실제로 물은 건 아닌 듯했다. 마르코는 집사에게 물은 게 아니라 자기에게 물은 거일 터다. 평소에도 집사는 액션 쪽이지 브레인은 아니라며 생각은 마르코에게 미루고 엉뚱한 상상이나 하는 편이니 물을 리도 없고.


- 보스도 왔을까?

- 보스는 아직 안 왔을 거야. 거기가 해결되어야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방향이 잡히니까.

- 보스의 브레인 디스크 복구가 얼른 끝나야 할 텐데…

- 그러게 말이다.


* * *


그때 랜디는 하나의 문 앞에서 자신을 인식시킬 방법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수정체, 지문, 그리고 얼굴 인식 등 세 가지의 생체인식 암호를 위한 시스템 배리어가 지나가고 마지막 관문, 단 하나의 암호만 남아있었다.


- 시리스, 정말 나에게 이럴 거야?

- 토레스 전 의장님, 여기만큼은 저도 아무런 권한이 없는 그저 시스템일 뿐입니다.


랜디는 회의장에서 영상으로 이사들과 만나던 그 시간부터 이미 크리토레스의 메인 시스템 컨트롤 룸에 들어와 있었다. 그가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시스템이 그를 기억한 덕분이긴 한데 이 방은 시스템의 막강한 권한도 무용지물이다.


이건 랜디 자신이 걸어둔 것으로 이 방은 오직 자신만이 들어갈 수 있었고 그가 사망했다고 알려진 이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그의 방이다.


랜디는 그걸 알면서도 시스템과 대화를 나누며 기억을 집중하고 있었다. 조금씩 시간을 역행해 돌아오는 기억이 다시 동면을 거듭하며 그만큼 멀어져 회복이 더뎌지고 있었다.


문득 랜디의 기억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그는 무심코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밀었다.


- 말…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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