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하자

꿈 한 끼

by 수요일

무명하자

서로 부를 이름이 없다면
모르는 우리는 꽃이라 하자.
무슨 꽃으로 불러줄까.
아무 꽃이라도 좋아.
사람보다 꽃은, 사랑보다 꽃은,
삶보다 꽃은,
뭐랄까 담담하다. 덤덤하다.

담담하고 덤덤하게 볼 수 있다면
길 틈에 피어 사는
이름 없는 꽃이 옳지 않아?
이름을 잊고 산다면 좋겠어.
난 누군가. 넌 누군가.
기억하지 않고 우리는 그냥 꽃.

보면 싱긋한 향기를 흘리며
보면 홍조 띤 얼굴로
보면 두 팔 활짝 열어 맞이하겠잖아.

꽃은 찡그릴 줄 몰라서 꽃이다.
사람은 찡그려서 사람일 거야.
사람들도 꽃처럼 웃을 줄 안다.
이름만 가지면 웃음 꽃이 지지.

무명하자. 오랫동안 무명했다.
이름 모를 꽃처럼 무명하자.
모르고 지나쳐도 꽃이라면 알지.
영원한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꽃은 또 피어.

떨어질 때까지도 활짝 웃는,
꽃처럼 이름 없는 사람
그래 모르는 우린
무명꽃처럼 지나가다 만나고
지나가다 피고 지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