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사신인가요?
안타깝게도 12.000여 수면자 중 살아남은 사람은 4,000여 명이 조금 넘었다. 나머지는 5일간의 공급 중단을 견뎌내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사건을 수사하던 연방 경찰은 폭발물에 의한 충격으로 건물이 와해하였다고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또한 사건 당시 인공위성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사실에 관하여는 상시 감시 프로그램은 우주 스테이션 등 일부 기간 시설과 사파리에 국한되므로 정부의 책임은 아니라고 발표하여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다만 사망자 가족에 대해서는 지원 보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을 일단락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부유 돔 입주에 대한 차별 정책에서 비롯되었는데 아놀드 후보의 부유 돔 프로젝트 발표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던 신 지구 총연방 시민들은 그 대상에서 가족이 제외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비난과 항의 시위가 불길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엘리가 에밀, 마르코, 집사, 이사 등과 함께 랜디와 영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주제는 아놀드의 만행에 대한 성토였다.
- 아놀드가 저지른 건 명백한 제노사이드입니다.
이사 중 한 명이 분노를 가득 담아 말을 꺼냈다. 그 영상은 이미 모두 공유하여 알고 있었으므로 묵묵히 그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졌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개 개인이 그런 짓을 저지를 수가 있을까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아요. 갤럭시 브레이커 함선과 파일럿, 휴머노이드만 해도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고 관련 인원만 해도 엄청날 건데 어떻게 아놀드가 그걸 할 수 있다는 건지…
엘리가 의문을 던졌다.
- 더구나 아놀드가 아페였던 때는 99명의 휴머노이드 인스톨 된 수면자들을 거리낌 없이 죽였어요. 동시에 갤럭시 브레이커 우주 함선들도 마지막 위치에서 폭파되었고요. 그렇죠? 랜디 님?
스크린에서 랜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가 말을 계속하자 입을 열려던 마르코가 입을 닫고 엘리의 말에 집중했다.
- 몇 세기에 걸쳐 일어난 일들인데 아놀드는 불사신인가요? 연방 기록에 아놀드의 수면 기록이 없어요. 아페의 것은 22커뮤니티에 한두 번 있는 거로 보이는데…
몇백 년 수면 일상화 시대에 불사신을 말하는 엘리의 말이 어색하긴 했지만 순간 모두 무슨 말을 할지 잠자코 있자 마르코가 참고 있던 말을 했다.
- 더구나 아놀드가 폭파 현장에서 저와 톰을 보고도 아는 체를 안 하더라고요. 그럴 수가 없잖아요. 톰? 안 그래?
집사가 동의하며 말했다.
- 그렇게 총질을 해대고 심지어 보스의 구명 키트를 쏴서 맨땅에 추락하게 해놓고 그런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걸요.
- 두 분은 아놀드와 안면이 있었군요?
- 네.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르코가 대답하자 집사가 덧붙였다.
- 아 우린 불사신은 아닙니다.
유머처럼 던진 집사의 말은 이어지는 마르코의 말에 흩어져 버렸다.
- 배경이 어딘지 알아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 정도 폭약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무리 센터가 붕괴하였다고 해도 생생하게 잡힌 아놀드의 얼굴이 담긴 데이터가 모두 날아가 버린 거나 기록에 남지 않는 아놀드의 수면 기록 같이 개인으로서는 해내기 힘든 것들이 아닐까요?
- 수면 인스톨이 하면 할수록 기억은 점점 흐려진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 오랜 시간 수면 상태에 있었으니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엘리가 나름 대로 추론을 내놓자 뒤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재클린이 문득 입을 열었다.
- 근데 이상한 게 있어요. 수면하면 할수록 기억이 사라진다고 하는 건 듣긴 들었는데 신기한 게 케이트 언니와의 기억은 왠지 너무 선명하게 나서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오히려 헷갈리더군요. 게다가 오히려 흐릿한 이룬 님과의 메인 시스템 헤게모니 다툼에 관한 일이라든지… 마치 누가 머리에 들이부은 것 같은 옛 기억은 또렷하고 가까운 기억은 흐릿해서 이게 뭔지…
- 그렇게 보면 엘리 기억은 몇 번의 동면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거 같네요?
에밀이 엘리에게 궁금하던 걸 물었다. 두 사람은 엘리가 에밀을 죽기 몇 초 전에 구해준 일로 무척 가까워지고 있었다.
#갤럭시브레이커 #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