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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Dec 05. 2022

쫀쫀하게 피는 꽃

항명



쫀쫀하게 피는 꽃


기억은 유월이었어.

하지만 십이월에도 장미가 살고

팔월에도 벚꽃이 지는 걸 보면

꽃들은 분명 항명하고 있다.


나도 항명하고 있어.

꽃이 피는 것처럼 아름답진 않아도

지는 꽃마냥 추하기는 할 테다.

이만큼이면 나도 꽃만큼은 할 테다.


미처 피우지 못한 꽃들이

모아놨던 욕망을 활짝 터트린다.

응축된 힘이라 더 오래, 더 향 짙게

더 쫀쫀하게 살 거야.


배우자 쫀쫀하게 살기로.

소심해서 쫀쫀해도 좋고

조밀조밀 다닥다닥 살아서 쫀쫀해도 좋아.


기억은 언제였는지 몰라도 있지.

지금은 기억마저 닳고 단 지옥

살아남는다는 일은 참 쫀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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