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자식이라는 건 틀림없을.
기회의 양면성
1
놓치면 안될 것 같은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막 떠나는 버스, 또 하나는 기회다. 뒷대머리라는 이 나쁜 자식은 어? 하는 순간 문 닫고 떠나는 버스처럼 아스라히 멀어져 사라진다.
2
내 삶에서도 많은 기회가 있었다. 어떤 기회는 다른 이때문에 날리고 또 다른 기회는 나때문에 바이든. 그 모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3
그래도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아니 어쩌면 큰 집과 좋은 차, 어쩌면 좋은 사람까지 나의 삶에 있었을 것이다.
4
글을 투닥거리다보면 문득 모니터에 뭔가 다른 존재가 휙 지나간다. 가만히 글을 쓰는 척하다가 확 돌아서 왁! 하고 소리를 지른다.
5
아무도 없다. 당연하게도. 어차피 그건 내가 미세하게 움직였고 그 움직임이 모니터에 반사된 것뿐인데...
6
기회란 그런 것 같다. 있으면서도 없는 것. 없으니 더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7
내가 다른 기회를 잡았다면 지금의 나는 여기에 없게 될 것이다. 나 아닌 또 다른 나는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다르게 늙어갈까. 이건 마치 평행세계의 나처럼 뜬금없고 심지어 안타깝지도 않다.
8
기회란 선택하게 되면 선택하지 않았든 못했든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이 가장 좋다고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 썩 나쁘지도 않다. 물론 글을 써야 하는 이 압박은 정말이지 끔찍하지만 또 끔찍하게도 좋다.
9
선택하지 않아서, 선택하지 못해서 아쉽고, 밉고, 짜증나고, 원망스럽고, 맥빠지는 모든 순간들은 이미 시간 속으로 떠나버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지금,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니, 아쉽지 않다. 안타깝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