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수가 없는
봄을 탄다
흐려도 봄이라면 구름에 꽃이 핀다.
비가 와도 봄이라면 꽃잎으로 내린다.
내 귀는 모노라 소리도 온통 흑백이다.
내 마음에 봄은 만발한 슬픔이다.
슬픈 이들의 찬연한 눈물이다.
모든 겨울이 녹아 슬픔으로 내리는 봄
모든 슬픔을 녹여 생명으로 피우는 봄
슬픔도 봄이라면 마음에 핀 꽃이 되었으면.
봄이라면 이미 우리는 많이 슬펐어.
봄이라면 이미 우리는 많이 아팠어.
살갗 밑으로 눈물의 고드름을 키우며
우리는 꽃 진 봄들을 맞아 왔다.
3월 4월 5월 6월 내내 애원의 꽃이 핀다.
죽음은 사라지지 않고 흑백의 땅으로 자라
잊힌 이들의 노래를 꽃잎으로 내린다.
나 여기 잊힌 봄의 한가운데 있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