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요일 Oct 16. 2023

깔보다

언젠가 뒤진다


낫살


1

목덜미엔 백 년마다 한 줄씩 금이 생기나 보다.


2

뻐근한 목덜미를 주무르려고 잡다가 문득 금이 한 주름 만져진다.


3

한 칸으로 치면 절반이 좀 넘은 길이다.


4

이게 아마 나잇살인가보다.


5

과연 한 줄이 다 채워질까는 관심이 없고 과연 저 금이 왜 생길까만 마음이 간다.


6

하늘을 자주 올려다봐서 생긴 거라면 나쁘지 않다. 뻐기느라 생긴 거라면 참 나쁘다.


7

모래 한 톨만큼의 권력을 가진 적이 있었고 아마도 그때 턱 치켜들고 내려다보느라 생긴 걸까.


8

사실 좀 건방지게 살고 싶은 적이 많았다.

그러려고 애를 썼고 그러려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입을 놀렸다.


9

남 보기에 좀 시건방진 놈이 멋진 놈. 그런 로망이 있잖아들. 그건 자격이 있을 때만 가능한 칭호지만. 이제 생각해 보면 로망이 아니라 이른 노망이지만.


10

그 모든 시기를 지나고 나서 학생들에게 매번 꼭 해준 말 중의 하나가 이거다.


11

회사가 행복하기 위해 성공하지 마라. 너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성공해라.


12

지금 이 말대로 살고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13

하여튼. 목덜미의 주름은 다른 이를 깔보려고 만들지 말란 말이다. 하늘 자주 보는 사람 빼고.


14

국민이고 나라고 전부 깔아보며 나대는 턱주가리 줘 까고 싶은 일 놈 일 년이 보기 싫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