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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Mar 02. 2024

환상통

참 노는 꼬라지도 환상적 지랄발광이다.


환상통


1

김치를 다 먹고 떨어졌다고 아쉬운 적은 없다. 김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반드시는 아니기 때문이다.


2

김치가 없어도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되고 그 다른 건 심지어 옵션도 무척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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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이란 해도 되고 아니면 말고라는 건데. 주말에 미술관을 갈 거냐 말 거냐. 스타벅스 커피가 마시고 싶지만 귀찮은데 어쩔까….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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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이 있는 삶은 솔직히 나쁘지 않다. 해도 되는 것 혹은 할 수 있는 것의 삶이다. 물론 저 발륜 매국노 내가 김 장군처럼 날려버리고 싶지만 참는다. 이런 건 환상적 옵션이다. 그러니까 현재 없는 옵션인데 마치 있는 것처럼. 무슨 공매도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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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만이 진짜 옵션이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김치 정도는 컨트롤할 수 있는 옵션이다. 놀이동산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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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번 김치는 뭔가 아쉽다. 막상 다 먹고 나니 뭔가 중독된 느낌. 일단은 짜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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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짜면 맛있는 게 아니다. 코스트코에서 큰 닭 그것도 오븐구이가 비비큐 싸대기를 왕복으로 때리는 가격인데도 그거 엄청 짜... 버렸어. 라고 비판할 정도로 요즘은 짠 것들에 무척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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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김치는 짠데 맛있다. 그래서 다 먹고 김치통을 설거지하면서 그 맛을 생각하며 아쉬웠다. 근데 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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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반찬을 꺼내며 혹시? 하고 비닐을 뜯으니 이거 김치다. 와... 냄새 뭐야. 그 김치가 아직 두 봉지나 남아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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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오감이 무뎌져서 뭐든 더 커진다. 목소리 커지고 자극이 더 커야 이전만큼 받아들인다. 그래서 간도 점점 강해진다. 그런 걸 모두 알면서도 이 김치에 중독된 것처럼 끌리는 건 그게 바로 엄마 김치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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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하면서 가 본 식당의 김치 반찬 기준은 엄마 김치 아닌가. 그게 아직도 그런가 보다. 이제 나이 드셔서 소금을 더 쓰니 이렇게 짠데 맛있다고 느낀다. 물론 나도 나이 들어 감각이 무뎌진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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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분명 서울 사수라고 방송 띄울 때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 그 사이 한강 다리 폭파를 저질러 수많은 시민의 발을 묶고 수복 후 간신히 살아남은 시민들을 공산당에 부역했다는 명목으로 죽이고 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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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이 환상통처럼 우리의 혈관을 도는데 3.1절에 자유가 어쩌고 하면서 자유당을 끼워 넣고 대한독립을 대한민국으로 바꿔 독립운동을 건국 운동으로 맞춰 넣은 속셈이 느껴지니 기가 찬다. 더구나 세로 읽기로는 자위대. 이건 의도한 거냐. 얻어걸린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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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이 아직 사라질 수 없는 현실에도 여전히 저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한다. 수박들이 총선을 맞아 날뛰고 언론이 의식을 유도하고 고용된 보수들이 부화뇌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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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나라다. 분명 탈출했는데 스스로 우리 안에 들어간다. 나온 사람들만 아직도 갇힌 것 같은 환상통에 도무지 헛핫한 신음이 끊기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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