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비를 맞는 우산

우산 한 끼

by 수요일

사람 대신 비를 맞는 우산


비가 왔다. 오늘 새벽 집을 떠나온 사람들은 비가 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사람 대신 비를 맞는 우산에게 낯선 방에서 맞이한 비는 낯익은 길에서 마주친 비보다 따뜻하다

그대의 발을 밟지 않으려면 잔발로 걸어야 한다. 창가 자리, 마음이 닫힌 창, 마음이 깨진 창. 그대가 시작이야, 나는 마지막이야. 들이치는 비가 커피에 섞이고 잔을 깨뜨리고 우산을 부수고 꺾인 살을 뽑아 고양이 인형에게 던졌다. 적막, 검은 바다를 담은 아침 창이 배고픈 아이처럼 운다. 한 팔로 그대를 껴안고 한 팔로 나를 껴안고 한 팔로 고양이 인형을 껴안고 한 팔로 닫힌 유리의 입김 위에 마지막의 글을 남겼다

시작은 두려웠고 마지막은 슬프다. 우산을 접고 비를 맞는 사람도 우산은 길 위에 버리지 않는다. 시작은 여전히 길 위에 놓여있고 마지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우산은 사람처럼, 길 위에 버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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