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임 한 끼
쌍둥이로 태어났어도 나는
남자였거나 여자였을 몇 초 차이의
그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침 대신 풀로 우표를 붙이고
손글씨 대신 워드로 편지를 쓰고
같이 우체국으로 걸어가는 대신
이메일 보내기 버튼을 누를 거라는 것
내가 좋아서 접어둔 페이지를 펼 때마다
책을 접었다고 짜증을 낼지도 모르지
70억 분의 1인 나와
70억 분의 1인 그는
70억 명 중의 한 사람으로 지구에 살고
나는 70억 분의 1만큼도 서로 다름을
참아낼 방법을 갖지 못하여
70억 번 만큼이라도
실망하는 것이다
실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 실망할 것인가
그만 실망할 것인가라는 결정에서 늘,
수천 번을 머뭇거리게 하는 건 사랑
심지어 쌍둥일지라도 그러한대,
낯선 두 사람이 만약 사랑한다면,
실망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이냐
이젠 실망했다고
실망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