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을 불며

그리움 한 끼

by 수요일

휘파람을 불며


당연히 그러한 것이다. 새는 날다가도 언젠간 내려앉는 것이다. 그들이 하늘에서 돌아올 땐 땅거미가 서쪽으로 걸어가며 그리운 것들을 씨앗처럼 심고 가는 것이다. 그 씨앗에 비가 내리고 해가 들어 마음이 철렁 내려앉으면 사람들은 문득 돌아올 생각을 하는 것이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동안 그들은 여위었고 마른 볼을 오무려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은 등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의식이다. 휘파람은 풍요롭지 않고 거칠며 갈라져, 늙은 새의 울음처럼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다. 기다림마저 포기해버린 이들이 스스로 팔을 벌려 껴안도록 하는 것이다

휘파람을 불며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는가. 기억을 돌이키면 분명 그러하다. 어릴수록 휘파람은 즐거움이며 나이 들수록 휘파람은 고독이고 공허이다. 당연히 그러한 것이다. 휘파람이란 누군가와 나누는 놀이가 아니다. 고독한 귀에 들려주는 혼자만의 유희이다. 떠오르는 노래를 불어야 휘파람이고 그저 소리 내어 휘휘 불면 더 쓸쓸할 뿐이다. 텅 빈 공기를 흔드는 쓸쓸함이란 경험하기에 좋지 않다. 별이, 나무가 내려다 보는 곳에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노래를 떠올려 입술을 오물거리는 일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혼자 휘파람을 불며 새벽 시간을 돌아오면 새들도 깨어 따라 지저귄다. 어린 새들은 어른 새들처럼 휘파람을 즐겨 분다. 잠을 깨운 나도 잠을 깬 어린 새들도 배가 고픈 건 아닐 거야. 미안하지는 않다. 얕은 잠이든 깊은 잠이든 빠지면 늪 같아서 발밑은 어둡고 축축하며 머리는 엷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 머리엔 휘파람을 불어주고 싶은 노래가 떠올라

그 노래는 새들이 부르는 휘파람이다. 나무가 부르는 휘파람이다. 구름이 내려오는 휘파람이다. 곧 비가 따라 내렸으면 좋겠는 오후, 돌아온 사람이 나를 외면하고, 나도 돌아온 사람이 되어 그를 외면하고, 네 스푼의 커피를 진하게 내려 짙은 그리움을 덮는다. 돌아가지 않겠어. 돌아오지 않겠어. 서로 말을 섞지 않아도 그런 말들이 오가는 것이다. 이런 날은

휘파람을 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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